국민소득 선진국 진입 코앞이나 시민의식은 못미쳐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 기본에 충실해야 발전  
기본 잘 지킨 하루가 우리들의 삶 풍요롭게 만들 것

 

이춘실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

큰 이변이 없으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이 같은 장밋빛 뉴스를 접할 때마다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시민의식 때문이다. 기초질서 준수는 시민의식과 직결되고, 선진국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 전 포루투칼의 포즈코아 암각화를 답사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 간간이 지나가는 소형화물차를 제외하고는 차량을 잘 볼 수 없는 시골길이지만 좁은 사거리 교차로에서 미니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는 무조건 정지해서 좌우를 살피고는 교차로를 통과했다. 한 때 스페인과 함께 남미에 수많은 식민지를 통치하던 저력이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인식돼 왔다.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등 25개국뿐이다. 이 중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이면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이른바 ‘30-50 클럽’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7번째 가입을 예약한 셈이다. 

눈여겨 볼 점은 1인당 GNI가 4만 불을 넘어선 중동의 산유국들을 선진국의 범주에 넣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경제면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를 망라해 종합적으로 판단, 비교적 발전된 나라라고 정의할 수 있음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7번째로 30-50클럽의 가입을 예약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선진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인지 한 번쯤 짚어 봐야 할 것이다. 해질녘 태화강변을 가득 메운 떼까마귀의 무리들은 보기에는 혼란스럽고 질서가 없어 보이지만 서로 부딪혀 떨어지는 것을 보지를 못했다. 바다 속 군집을 이룬 물고기떼도 서로가 부딪힘 없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을 TV등을 통해 봐왔다. 한 갓 미물이라도 그들 나름의 기본을 지켜 질서를 유지하고 그렇게 군무를 보이고, 볼거리도 보여준다다.

‘기본(基本)’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일들은 그 기초와 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마다 수능 성적 우수학생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 위주로 기본에 충실하게 공부했다는 내용이다. 스포츠에서도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공을 던지고, 발로차고, 달리는 운동에도 체력을 다지고 근력을 키우는 체력운동이 그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대중적, 보편적, 평균적 이런 것이 ‘기본’ 아닌가. 복잡하고 차량이 많은 도심의 도로에서는 오히려 교통사고가 많이 나지 않고, 통행이 적은 한적한 곳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심각한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이는 보는 사람도 없고,  감시의 눈길이 느슨한 곳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문화예술분야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예술가들은 모두가 하루 아침에 번뜩이는 영감을 얻어서 불후의 명작을 남긴 것은 아닌 것이다.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곡을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면서 남다른 노력 속에서 명작들을 남겼다. 기본에 충실했기에 번뜩이는 영감이 따라 왔을 것이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요즘 너무 쉽게 얻으려하고 너무 쉽게 포기하고 모든 일을 일회용 패스트푸드처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현란한 기교나 잔머리를 우선은 보기 좋고 쉬울 줄 모르나 그 끝은 언제나 허망할 것이다. 오늘부터, 나 자신부터 거리에 나서면 교통신호부터 잘 지키는 하루를 시작하자. 나 하나의 잘 지킨 기본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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