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하늘의 모자를 훔쳐 인간에게 준 반역
순수의 퇴락은 거기서 부터다

모자 홀릭, 
자꾸만 바뀌는 시간의 파장을 난 모자의 부피라 읽고
후흑(厚黑)의 비밀이 그 모자의 무게여서
보이는 것에만 눈이 어두워지는 시간을 내일이라 쓴다

비밀이 늘어날수록 난 어지럽다
시간의 안녕을 훔치기 위해 나의 생은 쥐뿔도 없는 블러핑

머리는 있는데 모자가 없고
모자는 있는데 머리가 없다
부피와 무게는 대체로 비례하지 않기에
갇힌 것은 언제나 자신일 뿐

 

이령 시인

◆ 詩이야기 :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없는 모자를 찾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생각하니 사람은 모자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모자를 버리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여, 지금부터 나는 모든 절대성을 포기합니다. 오직 관측자로서 생의 파동으로 나아갈 뿐, 언제나 나는 내 삶의 현재진행인 입니다.
◆ 약력 : 이령 시인은 한국문학비평가협회이사, 문학동인Volume회장,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시in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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