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접 

나, 그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비밀한 울음을 속지로 깔아놓고 
얇지만 속살을 가릴 
화선지를 덮었다 
울음을 참으면서 나는 풀을 발랐다 
삼킨 눈물이 
푸르스름 번지면서 
그대의 환한 미소가 
방울방울 떠올랐다 
 

국민시인 김소월 시 속엔 이런 시구가 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처럼 정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정말 정말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할까 하다가 그냥 돌아설 때가 있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진심 어린 뜨거움, 울컥하는 설렘 때문에 차마 뭐라 말을 못하는 거다. 이를 땐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속울음으로 감출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임성규 시인의 〈배접〉은 빼어난 연시(戀詩)이면서 오늘날 인스턴트식 사랑과는 사뭇 다름을 시사(時事) 한다.

● 임성규(1968년~ ) 시인은 1999년 금호시조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첫 작품집 <배접>(2016·고요아침)을 출간했다. 2014년 무등시조문학상 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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