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부분이 좋을 것 같다.” 그는 안락사 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듣고 싶은 음악으로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를 읊조렸다. 올해 104세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스위스 바젤을 찾아가 5월 10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호주로 이주해 그곳 대학에서 102세 때까지 연구를 해왔다. 저명한 식물학자인 그는 최근 질병은 없지만 건강이 나빠져 홀로 살아가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 같다며 104세에 이르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죽는 것 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게 진짜 슬픈 일”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 삶을 끝내고 싶었으나 호주에서는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 삶을 마친 곳은 스위스 바젤에 있는 ‘이터널 스피릿’이라는 기관이다. 매년 80여 명이 이곳을 찾는데 대부분 아프거나 고령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이다. 그는 의사가 처방한 치사(致死) 약이 들어가는 정맥 주사기 밸브를 손수 열었다. 품위있게 죽을 권리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여론조사에서 “오래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90이 넘도록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18%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하지만 건강하며 오래살기를 바란다. 삶의 질이 떨어지면 수명 연장에 불과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남의 신세 지지 않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만 살기를 소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5월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가 이끄는 신야권연합 희망연대가 여당인 국민 전선을 누르고 승리했다. 예상을 뒤엎고 61년 만에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를 이뤘다. 15년 만에 다시 총리가 된 마하티르의 나이는 93세, 1925년 생이다.

1981년부터 2003년 자진 은퇴 때까지 22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한 그는 근대화를 이끌었지만 반대파에게는 무자비해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로 평가가 엇갈린다. “사료를 적게 먹인 원숭이가 더 오래 산다”며 소식(小食), 금주, 금연을 건강 비결로 꼽은 이 노정객을 소생시킨 것은 후계자의 부패와 실정(失政)이라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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