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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칼럼] ‘북풍’ 우려 지방선거… ‘통째로 다 드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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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05.16 22:30
  • 댓글 0

민주 선거 70주년 맞은 6·13 지방선거
선거 하루 전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이슈 실종 우려…야당 비상

무관심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나라를 통째로 넘겨 주시겠습니까’
중앙권력 이어 지방권력 재편 사활 걸어

 

김병길 주필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이 민주선거 제도를 도입한 지 70년을 맞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48년 5월 10일 유엔 감독 아래 ‘제헌(制憲)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해 초대의원 200명을 선출했다. 


제헌의회는 헌법을 제정하고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제헌의회 구성 이후 지금까지 19번의 대통령 선거와 20번의 총선, 6번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다. 이 과정에 한국은 세계 교역 10위권의 자유민주국가로 발돋움 했다. 선거를 통해 나라를 다시 세우고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부정선거와 관권(官權) 선거가 판을 쳤다. ‘공개 투표’ ‘야당 참관인 축출’ 등이 자행된 1960년 3·15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3·15 부정선거’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결국 자유당 정권이 무너졌다.


2000년대 중반 부터 오프라인 상의 불법 선거는 줄었지만, 온라인상의 불법과 편법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2012년 국정원 댓글 파문을 거쳐 최근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까지 벌어졌다. 사이버상 여론 조작 방지가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투표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70년간 치러진 전국 단위 공직선거 중 가장 투표율이 높은 선거는 제헌의원 선거(95.5%) 였다. 4대 총선(1958년)까지 투표율은 90%를 웃돌았으나, 이후 점점 떨어져 18대 총선(2008년) 땐 처음으로 50% 미만 투표율(46.1%)을 기록했다.


6·13 지방선거가 ‘D-26’으로 다가왔다. 울산시장을 비롯해 전국 17곳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22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가 일제히 실시된다. 전국적으로 824명의 광역의원과 2,927명의 기초의원도 새로 선출된다. 


지난해 5·9 대통령 선거 결과 정권 교체 등 중앙 권력의 대대적 변화가 이뤄졌다. 이어 1년 1개월여 만에 지방정부와 의회 전체가 바뀌는 지방권력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로, 지난 1년을 평가 받는 첫 심판대이기도 하다.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를 비롯해 최대 12곳에서 치러지는 ‘미니 총선’의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여야간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가 ‘D-26’으로 다가왔지만 남북, 미·북 정상회담 여파로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6월 12일로 확정되면서 정치권에선 지방선거 이슈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북한발(發) 정상회담’ 여파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여당은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느긋한 분위기다. 


한편에선 대형 이벤트 도중 치러진 2002년 지방선거가 회자 됐다. 2002년 6월 13일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 가운데 있었다. 같은달 4일 조별 첫 경기인 한국 대 폴란드전(2-0 승리)이 있었다. 또 10일엔 한국 대 미국전(1-1 무승부)이 벌어졌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포루투갈전(1-0 승리)이 선거 다음날인 14일이었다.


당시 두표율은 48.8%로 지방선거 역사상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역시 빅 이벤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투표장으로 이끄는 요인은 후보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나 혐오감,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자극적인 이슈 등인데,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인공이 되면서 이런 요인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선거 무관심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표율 저하가 특정 정당의 유불리로 곧장 연결되진 않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정시키는 효과는 있다. 게다가 북·미 정상회담은 정치 중립적인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여권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에선 ‘지방선거=여권 압승’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보수층 견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당에선 ‘북-미 간 회담의 의제 조율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당일까지 결과를 봐야 안다’는 전망도 있다. 여야를 떠나 지방선거가 이른바 북풍(北風)에 휩쓸려 국민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감출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방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롯한 야권은 현 여권에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자유한국당’을 내걸고 ‘5행시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기 밥그릇을, 유난히 챙기니, 한 번도, 국민 편인 적이 없음은, 당연하지 않은가’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2년 전 총선 땐 새누리당 대표실 백보드에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올해는 ‘나라를 통째로 넘겨주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정권 심판 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신호탄으로 평화무드가 본격화 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70~80%를 기록하고 있다. 대격전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초반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북풍’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는 ‘통째로 다 드시겠습니까’로 기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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