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는 여러 이름을 가진 생선이다. 특히 입을 속되게 이르는 방언인 ‘아구’는 잘못된 이름이다. 아귀가 불교적 세계관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욕심으로 업(業)과 악(惡)을 쌓은 자가 사후에 가게 된다는 아귀도(餓鬼道). 굶주림으로 가득한 세계. 하지만  자신의 지느러미를 미끼처럼 이용해 사냥하는 바다의 포식자다.

특이한 것은 아귀의 암컷이 보통 수컷보다 6~10배 크다는 사실이다. 수컷은 암컷의 머리 끝에 닻을 내리고 일생을 거기서 지낸다. 글자 그대로 아귀의 암수는 한 몸이 되어 산다. 비대한 생식기와 지느러미 한 두 개를 제외하고 수컷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마(海馬)는 온몸이 딱딱한 비늘로 덮여 있고 머리모양이 말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특이하게도 수컷이 육아낭을 가지고 있다. 암컷이 수컷의 부화 주머니에 알을 낳으면, 알은 8~10일 동안 부풀어 오른 주머니 안에서 자란다.

남자 중고교 교실에서 거울 하나만 있으면 여교사들의 치마 안 ‘속사정’을 애인이나 남편보다 제자들이 더 잘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여교사는 사춘기 남학생들의 은밀한 성추행 대상이었다. 세월은 흘러 그 시절 거울은 몰카로 진화했다.

이른바 ‘혜화역 집회’는 여성 대상 몰카 범죄 근절을 내걸며 시작됐다. 그러다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을 성토하는 자리로 확대되면서 분노를 넘어 위험한 전운(戰雲)이 감도는 건 왜일까. 

특히 인터넷상 남녀 전쟁은 익명성에 기대어 혐오가 혐오를 재생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혐오 발언과 행위들로 ‘미투 바람’을 타고 모처럼 관심을 모은 여성운동에 역풍이 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페미니즘의 근본은 남녀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타파하자는 것이다. 남녀 대립구도로 서로 적(敵)으로 여기면 성차별은 영원히 끝낼 수 없다. 남자와 여자는 상호 보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존 페미니즘이 여성해방을 부르짖었다면, 지금 일부에서 터져나오는 페미니즘은 혐오와 공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생소한 현상을 다각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야 한다. 여성의 적(敵)은 남성이 아니라 ‘남성 중심주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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