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조선 사업장 551곳 500억원 체납
국민연금 올 초 납부강제… 다른 보험 대책 필요
정부가 조선업종 지원 대책으로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 징수 유예를 발표한지 2년만에 울산지역 보험료 체납액이 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조선업종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정부 대책이 오히려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시한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울산지역의 조선업 특별고용업종 지정 사업장 551곳이 525억원 상당의 4대 보험료를 체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정 대상 사업장 전체 1,500곳 중 36.7%에 해당하는데, 3개월 이상 장기 체납으로 1만원 이하의 소액 미납 사례도 제외한 현황이다. 가동 중인 사업장은 175곳으로 303억4,600여만원을 체납했고, 이미 폐업한 사업장도 376곳, 221억8,4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형 3사를 제외한 조선업종 사업장의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 납부를 유예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사업장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조치였고, 고용노동부는 그해 11월부터 4대 보험료 납부를 유예했다. 당초 유예기간은 이듬해 6월까지지만 조선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2차례 연장돼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그동안 막대하게 불어나는 4대 보험료 체납액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집계에서 보듯 수백곳의 사업장이 보험료를 체납한 상태로 폐업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자금난에 허덕인 회사가 4대 보험료 명목으로 노동자의 월급에서 공제한 돈을 따로 모아두는 경우는 드물다. 폐업 후 사업주가 그 부담을 떠안는다고 해도, 파산 등 절차를 밟으면 체납 보험료 징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납부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국민연금’ 피해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울산지역 폐업 사업장 259곳이 76억5,600여만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체납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은 올 초 유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단됐던 연체금 부과나 압류처분 등이 재개됐고, 징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안내문을 업체들에 발송하기도 했다. 강제 징수를 시작하고, 분할납부를 유도하면서 국민연금 체납액이 줄어들긴 했다. 가동 중인 사업장을 기준으로 전체 보험료 체납 사업장 중 78.9%인 138곳의 국민연금 체납액은 83억5,200여만원이다. 소득의 6.6%를 부과하는 건강보험 체납액이 131억여원(144곳)인 점으로 미뤄 9%를 부과하는 국민연금의 체납액도 당초에는 100억원을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다.
조선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하청업체 사정이 여전히 어렵다는 데 있다. 자금을 ‘쥐어짜내는’ 실정이고, 현재로서는 국민연금 징수도 쉽지 않다. 수백억원대로 불어난 다른 보험료도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인 셈이다.
무조건적인 납부 유예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체적인 체납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원청이 매달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에서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공제해 보험료를 대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이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다수 하청업체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고, 빠듯한 기성금으로 경영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4대 보험료 징수 유예 정책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 개선과 기성금 현실화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한해 정부의 우선 대납 후 사업주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제안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