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흰불나방 애벌레.  
 
   
 
  ▲ 울산 동구 방어동 미포로 일대에 극성을 부리고 있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탓에 가로수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면서 울산 동구 방어동 미포로 일대에 해충이 크게 번식해 가로수가 수난을 겪고 있다.

이 시기에 왕성히 활동하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에 대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서인데, 이를 본 지자체는 긴급 방제작업에 나섰다.

지난 17일 미포로 현대미포조선 동문 일대 가로수길. 동해안탐방로에 해당하는 길이 약250m 데크길에 식수된 벚나무 6본에는 작은 송충이처럼 생긴 애벌레들이 버글버글 끓고 있었다. 흑갈색의 애벌레는 나무뿐만 아니라 인도에도 기어 다녔고, 곳곳에는 말라 비틀어져있었다. 이날 한 차례 방제작업이 실시됐지만, 햇살이 강한 오후 시간대가 되자 일부 나무에서는 애벌레들이 다시 극성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 A씨(동구 방어동) 씨는 “평소 이 길로 자주 다니는데, 벌레들이 길 전체를 다 기어 다니고 있어 징그럽고 자전거 타기도 꺼려진다”며 “벌레들이 왜 갑자기 생겨났는지 모르겠는데, 도시 미관도 해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미포로 일원에 흰불나방 애벌레가 돌발적으로 발생,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자 17일 동구청과 함께 긴급 합동방제를 실시했다.

활엽수류에 위해를 가하는 흰불나방 애벌레는 나무 전체 잎을 갉아먹으며 성충으로 자라고, 인근 나무로 옮겨가며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이는 연 2회(5월, 8월)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번식력이 좋아져 성충이 대량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문제는 흰불나방 애벌레의 활동 시기인 8월이 되자, 똑같은 일이 올해 울산에서 재차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에 이 같은 사후 방제보다는 시기별 나타나는 병해충인 만큼, 가로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징후가 보일 때 방제를 실시했다면 충분한 퇴치가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애벌레는 지난 5월 중구 태화강 일원 벚꽃나무에서도 발견돼, 방역 작업이 실시된 바 있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최근 폭염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번식 환경이 더욱 좋아진 상태였다”며 “특정 활동시기가 정해져있는 유충인 만큼, 지자체에서 조기 방제 작업에 나섰더라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사전 예찰활동과 함께 지속적인 방제작업으로 유충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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