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단편적 출산정책 근본적 해법될 수 없어
‘아이=축복’ 될 수 있는 보육정책 절실

경민정울주군의회 의원

2016년 초 일본의 한 30대 직장 여성이 쓴 글에 일본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자녀를 보육소에 입소시키려다 떨어진 뒤 글을 썼다는 이 여성은 “내가 국가를 위해 애도 낳고 사회에 나가 돈 벌어서 세금도 내주겠다는데 일본은 뭐가 불만인가! 올림픽에 몇 백 억 엔 쓸 게 아니라 보육원이나 늘려라” 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러한 비난을 받기 1년 전인 2015년 당시 아베 총리가 내세운 사회 정책은 공교롭게도 1억 총 활약 사회였다.

‘1억 총 활약 사회’는 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를 뜻하는 것으로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 사회전반적인 뒷받침을 담고 있는 공약이었다. 
이름만 거창할 뿐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일본정부의 인구정책, 그 시작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에 인구절벽의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큰 스펙트럼이었던 ‘경기부양정책’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제도가 뒷받침 되지 못함으로써 ‘인구절벽’은 ‘인구공포’가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그들의 화두는 ‘경기부양’과 ‘긴축재정’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펼친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의 상당수가 공공 주택공급에 투입됐던 것이다.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의 주택건설 촉진은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켰고 부동산 버블붕괴와 맞물려 ‘긴축재정’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지금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와 동반하는 육아지옥이 거기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긴축재정을 실시하면서 보육소 확대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기아동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보육소를 확충하는 대신 보육소의 최저기준을 낮춘 ‘정원 탄력화’라는 선진국답지 않은 규정을 도입해 공식적인 보육정원 초과를 가능하게 했고 보육소를 지을 때 아이들이 뛰어놀 운동장을 만들 여건이 되지 않으면 주변 공원으로 갈음해도 좋다는 편의주의를 택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일본정부가 인구절벽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으로 다시 돌아가 주택을 지을 돈으로 양질의 보육소를 적극적으로 보급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됐을까. 지금의 경제상황과 인구공포가 도래할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올림픽에 몇 백 억 엔 쓸 게 아니라 보육원이나 늘려라!’
이 과감하고도 다소 고상하지 못한 일본여성의 절규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7년,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미래 인구절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캐나다 퀘벡 정부는 일본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펼쳤다. 퀘벡 정부는 공보육 확대를 부담스런 비용으로 치부하는 대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인지했고, 0~5세 아이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을 만드는 데 초반 5년간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었다.

믿을 수 있는 시스템에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된 캐나다 워킹맘들은 안심하고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적극적인 노동시장에 참여해 세금을 냈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세수가 증가하면서 경제규모는 더 커졌으며 다시 재투자로 이어져 경제적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요즘 퀘벡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은 85%로 2016년 기준 전 세계 1위다. ‘인구 1억 총 활약사회’를 외치면서도 보육소 증설에는 소극적이었던 일본의 모습은 초저출산 늪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단편적인 출산정책으로 이를 모면해보려는 한국의 열악한 보육 현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취직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해버리고 훌훌 떠나는데 몰두하는 젊은이들의 과감한 절규, 그 이면에는 사회를 향한 냉정한 시선이 내포돼 있다.

취직과 결혼이 설렘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아이를 낳는 일이 축복이 되기는 힘든 것일까.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느 한 가정의 중압감이 아닌 온 마을이 함께 공유하는 ‘인생의 귀한 선물’이 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경제가 궁핍할수록 미래인재 육성에 투자하라’는 지극히 가난한 명제가 귓전에 맴도는 요즘, 인구공포를 느끼기에 앞서, 보다 현실적이고 강력한 보육정책 제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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