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무의미 한 구조조정 중단하고 성실교섭 나서라”
회사 “당면한 위기 인정하고 최소한 고통 분담해야”

현대중공업 노사의 쟁점 중 하나였던 ‘기준미달 휴업수당’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불승인’으로 판정났지만, 노사가 대화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사 모두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 인식이나 해법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21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회사의 ‘기준미달 휴업수당’ 신청을 ‘불승인’ 결정한 데 대해 노사는 각자 소식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내년 6월까지 해양공장 1,220명에 대해 휴업을 실시하면서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겠다며 기준미달 휴업수당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 판정 후 노사는 모두 ‘대화’를 통해 현재 처한 상황을 극복하자고 말하면서도 ‘회사의 사정’을 두고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지노위의 결정은 “회사가 심각한 위기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며 회사가 한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당면한 위기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소식지 중앙쟁대위를 통해 울산지노위의 기준미달 휴업수당 불승인 결정을 설명하면서 “희망퇴직을 포함한 그 어떤 형태의 강제 구조조정도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지난 4년 동안 오로지 위기 타령에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했던 회사는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중단된 임·단협 교섭 재개도 요구하며 “무조건 연말까지 시간 끌며 버티고 보자는 행태를 버리고, 단체교섭 마무리를 위해 즉시 교섭을 재개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구조조정 중단 선언과 성실교섭은 대등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도 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아쉽지만 지노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는 지노위의 판단이 결코 회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노조의 주장과는 전면 대치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사는 “불가항력적인 조치였지만, 회사의 뜻이 반영되지 못했고, 회사는 다시 한번 경영상황 전반을 면밀히 진단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자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당장 내년 하반기까지 일손을 놓을 해양 유휴인력의 고정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지노위를 압박하는 파업과 집회, 정치권과의 연대 등을 벌여온 노조에 대해서는 “상식 밖 행위”라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회사는 “가동을 멈춘 휑한 해양 야드에 다시 예전과 같은 활력을 불어넣는 길은 노사가 화합하고 협력하는 방법 뿐”이라며 대화와 상생을 이야기했지만, 노조가 보다 양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발짝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고, 그 첫걸음은 당면한 위기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이라며 “회사도 어렵지만 경쟁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사가 여전히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울산시가 중재하고 있는 노·사·정협의회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노사정협의회는 노사 신뢰 회복과 위기 극복 등을 목표로 매주 2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쟁점 안건이 올해 임단협과 맞물려 있는 만큼 앞으로 두달 안에 의견 조율이 이뤄져야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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