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공포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심야시간 발생하는 각종 흉악범죄에 울산지역 ‘야간알바’들은 매일 밤마다 “나도 당할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는 한편, 업주들은 야간알바 구인난으로 “누가 좀 와줬으면”하고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남구의 한 PC방. 자정이 다돼가는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20여명의 손님들이 즐기는 각종 게임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이날 만난 아르바이트생 A씨는 다른 알바생이 야간 근무를 부담스러워 하면서 어쩔 수없이 다음날 새벽까지 일하고 있었다. A씨는 “휴학생이라 알바에 더욱 전념하고 있는데, PC방 살인사건처럼 흉흉한 일이 일어난 뒤 집에서는 밤에는 일하지 말라고 계속 말씀하셔서 관둬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PC방 아르바이트생 B씨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울산이라고 그런 무서운 일이 생기지 마라는 법 있냐”며 “여자친구가 걱정되는 마음에 호신용 무기를 사줘서 밤 근무할 때 계산대 밑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경험한 아르바이트생은 전체(전·현직 편의점 노동자402명)의 54.5%였는데, 이 같은 경험을 한 비율은 야간 근무자에서 더 높다. 야간 근무자는 62.6%, 주간 근무자는 49.8%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 경험만 따지면 야간 근무자는 12.2%, 주간 근무자는 6.0%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찝찝한 마음으로 밤새 매장을 지켜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심정이 이해되면서도 막상 야간알바 수요가 줄어들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주 B씨는 “야간알바가 주간보다 시급이 더 높고 할일도 적어서 인기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밤에 일하려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나 대신 가게를 지키는 사람은 당장 필요하고, 건장한 청년 누구라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친한 PC방 사장 상황도 마찬가지더라. 업주들의 고충과 알바들의 상황이 반영된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PC문화협회는 오는 12일 이사회 겸 워크숍을 통해 PC방 안전문제 등 종합적인 대처방안을 협회 차원에서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PC방만의 일이 아니다. 야간알바는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하는 매장 대부분 존재한다. 24시 편의점에서 일하는 C(남구 무거동·26)씨는 “주변에 술집, 고기집이 많아서 밤사이 취객들이 정말 많이 오는데, 기본 ‘반말’부터 ‘내 말이 안 들리냐’며 삿대질하고 물건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며 “반면에 모자를 쓰고 조용히 와서 담배만 사가는 사람도 있는데, 언제 내가 폭행이나 범행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야간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전국회원 3,628명을 대상으로 ‘야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8%가 야간 아르바이트 중 ‘홀로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나혼자’ 근무하는 기존 아르바이트 시스템도 각종 알바 사고의 위험성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야간알바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예방을 위한 인테리어 구축, 심야 근무 시 2인 이상 배치, 업주 안전교육 등의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 아닌 타 지역에서는 주민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대상으로 순찰을 요청하는 ‘탄력순찰’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소방비상구처럼 알바생의 안전을 위해 급하게 피할 수 있는 장소라던 지, 근무자를 위한 ‘셉티드’ 도입이 의무화돼야한다”며 “지자체와 경찰, 업주 등이 협력해서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야간 긴급신고 시스템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