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 퇴출 밀어부쳐 자존감 완전히 잃었다" 
"하루 4시간 수업, 점심은 도시락, 차량 운행 않겠다"
"'공짜'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길..."비아냥도

‘7시 40분 등원 오후 12시 40분 하원(4시간), 점심도시락 지참, 자가 등하원(차량운행없음), 여름방학 5주. 겨울방학 5주, 누리과정비는 학부모가 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해 납부.’

울산 북구에 위치한 한 대형 사립 유치원의 진급신청서 내용인데 사실상 폐원 유도와 다름없어 학부모들이 분개하고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가 논란이 되면서 유치원 폐원 강행이 힘들어지자 더 이상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 힘든 교육환경을 공지해 학부모 스스로 진급을 포기하게끔 만들어 폐원하겠다는 으름장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유치원 원장은 지난 7일 배부한 ‘사랑하는 자녀의 내년도 진급을 앞두고 계신 부모님께’라는 진급신청서를 통해 “비리유치원으로 과대 포장돼 발표된 후 학부모로부터 많은 전화와 질타를 받았고, 조울증과 편두통, 대인기피증 초기 증상으로 병원을 오가는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정부)가 속도를 내 ‘비리유치원 퇴출’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립유치원 수를 줄이고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는 작업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며 “울산시교육감은 감사를 더욱 강화해 비리신고센터를 개소,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제시해 사립유치원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장은 “이에 유아·학부모와 절재적 신뢰를 바탕으로 해왔던 수십년 유아교육에 대한 자존감을 완전히 잃었다”며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 2곳을 2019년과 2020년에 폐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공립유치원 원아모집 접수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아무쪼록 유아 1인당 114만원의 경비를 세금으로 쓰지만, 학부모 부담금 없이(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부모들은 “맞벌이라 어디든 보내야 하는데 인근 유치원들은 모집이 다 끝났고, 어린이집 대기라도 걸어놨는데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형태로라도 수업을 진행한다면 보낼 수 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빌미로 학부모들을 협박하는 책임 없는 통보에 화가나면서도 당장 피해를 볼 아이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 돼 잠을 못잘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울산시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휴폐업에 대해 행정지도와 시정명령, 경찰 고발까지 거론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 같은 편법에는 대응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다른 유치원 신입생 모집이 거의 끝난 상황으로 속수무책으로 발등에 불 떨어진 학부모들의 속만 타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교육부 대안 요청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1,300여명이 동의했다.

현재 문제가 된 두곳의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원아는모두 330명 가량이다.

울산시교육청은 “부모의 유치원 선택에 어려움을 겪도록 하고 있는 등 일부 유치원이 변칙적인원아모집 안내로 교육부 및 교육청의 정책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 유아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해당 유치원의 유아수용을 위해 인근 사립유치원의 유아수용 현황을 파악하고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 등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