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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의 사진가 황재홍씨가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CDT(Continental Divide Trail)를 완주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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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 컸던 황재홍씨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도전에 임할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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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플래닛’ 팀이 트레킹 도중 의지를 다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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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죽음의 코스’ PCT(Pacific Crest Trail)를 완주했던 울산의 사진가 황재홍(27)씨가 이번에는 CDT(Continental Divide Trail)를 완주하고 돌아왔다.
CDT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미국 대륙의 분수령을 따라가는 트레일이다.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해 캐나다 국경까지 5,000km를 횡단하는 장거리 코스다.
지난 4월 18일, 황씨는 155일간의 긴 여정을 위해 CDT 출발선에 섰다. 한번의 트레킹 경험이 있던지라 ‘끝을 위해 걷겠다’는 생각보다 ‘순간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 컸다.
“PCT 때는 완주하겠다는 생각으로 끝을 보고 걸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오히려 길을 걷는데 방해가 됐죠. 이번에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온전히 과정을 즐기자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 찾아왔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열흘 만에 무릎을 크게 다쳤고,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있었어요. 당장 쉴 곳도 필요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죠. 고민하던 중 제 사연을 SNS에 올리게 됐고, 운 좋게도 뉴멕시코주의 한 가정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이커를 응원하고 있다’며 연락 온 분들은 저에게 숙소는 물론 음식, 치료까지 도움을 주셨어요.”
이들에게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보살핌을 받은 황씨는 다행히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시 트레일에 섰을 때는 느낀 바도 많았다.
“쉬는 동안 그들은 저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였어요. 실제로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헤어질 때는 저를 꼭 안아주면서 ”힘들면 언제든 다시와라”고 말해주는데, 그 순간 나도 배풀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꼈죠.”
참을 수 없는 갈증, 뜨거운 태양.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황씨는 함께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이번 트레킹도 행복했다.
“우연히 같은 날 출발하게 된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했어요. 프랑스, 벨기에 등 총 5명이 ‘캡틴플래닛’이라는 팀을 꾸렸죠. 매일 밤 모닥불을 피우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 했는데 언어의 장벽도 허물만큼 깊이 있는 대화를 했죠.”
어느 하나 의미가 없던 도전은 없었다. CDT 역시 황씨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번은 록키산맥을 따라가다가 윈드리버라는 곳을 갔어요. 웅장한 자연에 감탄을 금치 못했죠. 그 구간을 몇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 간지 몰라요.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그 순간순간을 많이 즐겼어요. PCT를 완주했을 때는 ‘끝이 이렇게 허무한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CDT 걸어가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는 점을 기억했죠.”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PCT, CDT와 함께 미국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AT(Appalachian Trail)에 도전할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20대 끝자락을 달리는 시점에서 청춘들에게 ‘침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책을 보면, ‘행복을 위해서는 침묵으로 충분할 뿐만 아니라 침묵이야 말로 단 하나의 가능한 일이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네 삶에도 일명 ‘침묵 구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20대들은 오늘도 침묵을 희생하고 있어요. 그 세상과 동떨어져 오롯이 내게 주어진 이 고독과 침묵을 사랑하는 법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언제 또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르는 순간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