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흔 전에 ‘은퇴’하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울산에서도 조기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른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FIRE)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재정적 독립을 이룬 뒤, 이르면 30대 말 늦어도 40대 초반까지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17일 남구의 한 카페. 최근 미국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파이어족’ 열풍에 공감하며 모인 울산지역 2030세대 5명은 서로의 이야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모인 5명은 하는 일도, 수입도, 성향도, 집안환경도 제각각이었지만 ‘빠르게 성공적으로 은퇴를 하고 싶다’는 목표는 같았다.

특히, 이날은 조기은퇴에 있어 가장 필수적 요소인 안정적 재정마련을 위해 부동산 등의 재테크 운영이 모임 화두로 떠올랐다.

수년 전부터 본업과 함께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있는 회사원 강모(중구 태화동·27) 씨는 “부동산 공부는 빠른 노후준비하고 연관성은 있지만, 아직 노후까지 멀리 내다보는 건 아니다”면서도 “현업을 유지하되, 부동산이나 기타 사업적 활동에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서 여러 상황에 대비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회초년생 조모(여·23) 씨도 “이제 막 취업했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 회사에 다니며 일에 치이고 싶지 않다”며 “경제활동을 언제까지 맘놓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세상인데, 지금부터라도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서 남들 일할 때 놀고 싶다”고 했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남구 달동·29) 씨는 “전문적인 일을 하다 보니 은퇴의 개념은 확실치 않지만, 젊은 나이에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내년부터 재정관리를 제대로 해볼 참”이라며 “지금은 지인끼리 모인 소수인원이지만,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어족’은 회사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줄이며 풍족한 은퇴 자금을 위해 ‘극단적으로’ ‘악착같이’ 은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자신을 파이어족이라고 밝힌 20대 남성은 “요즘 필요한 소비마저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자가용대신 무조건 걸어서 출퇴근하고, 마트는 마감시간에만 가서 값싸고 유통기한이 다된 식재료와 음식을 구입해온다”며 “지난해에는 연봉의 60%를 저축했는데, 내년에는 최대 80%까지 저축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실은 고소득 엘리트 직장인들 기준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연봉으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조기은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사실상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임 참여자 중 일부는 “사회에 늦게 진출해서 초봉이 낮아 모임에 오기까지 망설여졌지만 궁금해서 왔다”며 “당장 매달 정기적금 채우기도 빠듯한데, 빨리 은퇴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자고 하는 건 요즘 청년들 실정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얼마만큼의 저축을 해야 3040세대부터 안정적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청년들의 파이어운동을 존중하지만, 성공적인 조기은퇴가 되려면 정확한 재무설계가 동반돼야하고 그만큼의 사회적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각자의 경제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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