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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네이밍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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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1.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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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행 법령 가운데 가장 긴 이름의 법령은? 1998년 1월 시행된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 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의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법률’이다. 법률 이름이 숫자 하나를 포함해 모두 83개 글자에 이른다. 이처럼 길어진 이유는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 정쟁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새해를 나흘 앞둔 2018년 12월 27일 밤 국회에서 일명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 됐다. 제2, 제3의 김용균 비극을 막는 법안이 국회의 벽을 넘은 것은 그의 죽음이 일으킨 분노의 힘 때문이었다. 법안 발의자나 사건 가해자, 피해자의 이름을 딴 이른바 ‘네이밍 법안’의 힘은 강력한 상징성에 있다.

지난해 9월의 ‘윤창호 법’(음주 운전기준 0.03%로 상향한 도로교통법)은 음주 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의 특가법 개정이다. 이처럼 복잡한 법안의 이름이나 내용이 누구에게나 쉽게 각인되는 사람 이름 단 한마디로 압축된다. 사건과 해당 인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클수록 법안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다.

하지만 ‘네이밍 법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구체적 법안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국민 감정에만 치우쳐 성급하게 처리된다. 결국 법안 명칭만 각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취지에서 2015년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최초 법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네이밍에 무게가 더 실리면서 정작 일반 국민은 부정청탁 또는 금품 수수 등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으로 불러 달라고 홍보했다.

정신 건강의학과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진료 현장의 의료진을 지키기 위한 ‘임세원 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법안 취지에 관한 내용보다 과도한 네이밍은 아닌지 다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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