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 낡은 타자기 소리가 점을 찍듯 무대 자막은 1919년 4월 2일 언양 장날을 객석에 보여준다. 서사배우의 대사다 “1919년 3월 29일 이무종의 집에 모인 이규인, 이성영, 강경찬, 최해선, 이규경 등은 만세운동을 4월 2일 언양 장날에 거사하기로 밀약하였다.” 서사배우 1의 호소력 있는 대사에 이어 서사배우 2 “최해선과 이규인은 시위 때 쓸 태극기를 은밀히 간직하고 언양 장터로 나아갔다. 상남, 하북, 언양, 두동, 두서, 중남 등지에서 모여든 2,000여 명의 장꾼들은 나누어 받은 태극기를 흔들며 일제히 대한독립만세를 소리 높여 외쳤다.”

# 은밀한 움직임으로 태극기를 전해주는 장꾼들의 모습에 이어 자막은 1919년 4월6일 병영을 제시한다. 계비고개를 넘어 병영으로 향하는 울산의 청년1 “드디어 만세의 깃발을 올린다구. 경성 유학생들과 병영청년회 사람들이 대한독립의 깃발을 올린다고. 자 가세. 우리도 함께 해야지” 청년2의 대사다. “병영으로 가세. 일신학교에서 공을 차올리면 모두가 만세를 외치기로 했어” 그러자 경성에서 고향 울산으로 돌아온 영욱은 “일제는 조선인의 노동착취뿐만 아니라 이미 양귀비까지 보급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을 피폐시키고 있어.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에게 담배. 매춘까지 조장하고 있어. 기필코 일제의 저 간악한 무리들을 조선땅에서 몰아내고 대한독립을 이루어야 하네.”

# 서사배우의 간결한 대사가 객석에 전해진다. “고종 황제의 장례식에 참례하고 온 이재락을 통해 경성의 만세운동을 전해들은 이수락, 이동걸, 이용락은 태극기를 제작하여 이일락 등과 함께 1919년 4월8일 남창장날을 기해 의거하였다. 청량, 온산, 서생, 웅촌, 양산, 장안, 온양 등의 인근고을 장꾼들이 합세하여 만세의 함성은 산천을 진동시켰다. 3·1운동 100주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과 울산땅 곳곳에서 대한독립만세가 울려 퍼질 것이다.

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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