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길 주필

나가사키-상하이 중간 지점인 목포
19세기 말부터 열강 관심 끈 양항(良港)
삼학도 방파제 연결 매립지가 시가지

 
문재인 선거 지원 나서 원 도심에 반해
"시장 어떤 놈이길래 유산 방치하냐”
부동산보다 문화재 보존 집중 했어야

 
손혜원 의원과 관련된 부동산이 집중된 목포 구도심의 역사문화공간 일대 항공사진. 연합뉴스 연합뉴스

약 5년 전부터 달아올랐던 ‘제주 이주’ 열풍이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제주지역 순 이동(전입-전출) 인구수가 9,000명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이주민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전출이 전입보다 많은 ‘마이너스 순 이동’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제주 이주 증가세가 크게 둔화 된 이유 중 하나가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꼽힌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주거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통난과 쓰레기, 하수 등 생활환경 여건이 나빠진 것도 제주 생활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여기다 이주민들이 앞 다퉈 게스트하우스와 커피전문점, 음식점 등을 열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것도 이주 열풍이 식어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회문화관광위 민주당 간사였던 손혜원 의원의 가족과 측근들이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거리)의 문화재 지정을 전후해 이 일대 건물을 대거 사들여 졸지에 ‘목포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1897년에 개항한 것으로 알려진 목포는 양항(良港)이다. 목포항 앞에는 삼호반도 등이 내부 방파제 구실을 하고 넓게는 진도(珍島), 하의도(河衣島·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등이 외부방파제 구실을 한다.

목포는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와 중국의 상하이(上海)와의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열강 제국의 관심을 끌었던 항구였다. 시가지 동쪽에 입암산, 서쪽에 유달산, 북쪽에 양지산 등이 둘러싸고 있고, 남쪽은 영산강 하구에 면해 있다.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에 등장하는 삼학도(三鶴島)와 입암산 사이를 일제 때 방파제로 연결하고 넓은 매축지를 조성하여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다.

1897년 개항 후 일본인, 영국인,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1932년 무안군의 일부를 통합하여 인구 6만의 전국 6대 도시에 들었다. 1948년 일제의 정(町)을 동(洞)으로 개칭하였고, 1949년 목포시가 되었다.

유달산은 일찍이 목포시민들의 전설이 어린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목포시립도서관 건물은 1904년 제정(帝政) 러시아 정부가 영사관(領事館)으로 지은 사적 제289호 문화재이기도 하다. 1905년 국내 해상교통에 처음으로 기선(汽船)이 운항된 이래 목포항은 연안도서를 왕래하는 연락선의 중심항이 됐다.

손혜원 의원측은 지역부동산 업자들에게 투자가치가 높은 적산가옥을 집중적으로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2018년 8월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지정되기 5개월 전에 은행 대출로 부동산 매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했으며, 만호동과 유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3월쯤 문재인 대통령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전남지역을 방문했다가 일본식 근대 문화 건물이 산재한 목포 원 도심에 반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한다. 손 의원은 당시 목포 예술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목포시장이 어떤 놈이길래 이런 훌륭한 문화유산을 방치하느냐”고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고 증언한 예술인도 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손 의원은 목포에서는 귀빈으로 통했다. 지역구 의원이며 거물 정치인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건재했지만 손 의원은 여당 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을 누렸다. 목포 도시재생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의 입장에서 손 의원의 도움은 절실했다. 전·현직 목포시장 등은 손 의원 관련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할 정도로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전 국민의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목포 원 도심 거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서울 등 각지에서 목포를 찾아 온 방문객은 일제 강점기 건물 내·외부 수리로 리모델링한 근대역사문화공간에 게스트하우스와 목포근대역사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있다. 평소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외지 관광객들이 이 지역을 찾으면서 식당 등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적산가옥과 일본식 건물들이 즐비한 원 도심 부동산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3개월 전 10억 원 했던 유달산 인근 일본식 건물의 최근 매매가는 15억원 까지 올랐다.
구 도심 주민들은 김대중 대통령도, 박지원의원도 우리 동네엔 관심이 없었는데 연고도 없는 손 의원이 구세주로 나타났다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반응이 무너지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손 의원의 부동산 입지가 가장 노른자 블록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민심이 부정적 여론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손 의원이 투지한 이후 외지인 투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목포 살리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투기로 재미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졌다.

손 의원은 국회문화관광위 국정감사를 통해 목포 구도심 개발,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화공간에 들어갈 예산만 무려 11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손 의원의 말대로 문화공간을 살리기 위해 투자했다면 부동산 매입보다는 그런 취지를 알리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물론 미공개 정보 취득 이용 의심을 받을 만 하다.

2018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는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치솟아 집 없는 서민들에게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놀란 정부의 대출억제 대책으로 광풍이 어느 정도 잦아들 것 같지만 부동산이란 화약고는 또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 이른바 목포 ‘손혜원 타운’ 의혹을 놓고 국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문제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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