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영화 '극한직업' 추격신 눈길
여성운전자 편견 깨는 일화에 폭소
교통사고 통계도 근거 부족 드러내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형사들에게 다급하게 쫓기던 범죄 용의자는 차도로 질주하던 중 한 중년 여성이 차량 운전석에 오르는 모습을 발견한다. 

용의자는 차량을 빼앗아 달아날 요량으로 중년 여성에게 빠르게 접근하고 운전석에서 우악스럽게 그를 끄집어낸다. 

급기야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여성. 그런데 그 순간 벌어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광경에 폭소가 터진다. 

지난 23일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초반에 등장하는 일화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사건을 잘 풀어내지 못하는 형사들을 질책하던 경찰서장은 다소 비아냥 섞인 말투로 "그나마 김여사에 대한 편견을 깼다"며 위안 아닌 위안을 건넨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김여사'라는 표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오픈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많이 쓰는 유행어·신조어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에서는 김여사를 두고 '차를 자주 운전하면서 사고내는 아줌마'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소통에 방해를 주는 무개념 운전자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성격을 띠기도 하여 성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음'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김여사 레전드 모음'과 같은 제목을 단, 여성 운전자들이 연관된 사고 현장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콘텐츠는 공통적으로 여성들 운전 실력이 상대적으로 서툴다는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간 드라마·예능·코미디 등 TV 프로그램 역시 김여사를 손쉬운 웃음 코드로 활용하면서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화되는 데 한몫해 왔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도로 위에서 만나는 여성 운전자들을 대하는 우리네 편향된 인식으로 오롯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기본적인 교통사고 통계만 살펴봐도 김여사로 통칭되는 여성운전자에 대한 인식은 근거가 부족한 편견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가해운전자 교통사고 총 23만 35건 중 여성운전자 가해는 4만 3990건(19.1%)이었다. 2016년에는 22만 917건 중 4만 3506건(19.7%), 2017년에도 21만 6335건 가운데 4만 4145명(20.4%)으로 여성운전자 가해 비율은 모두 20% 안팎 비율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 수를 보면 윤곽은 보다 뚜렷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2015년 총 3029만 3621명 중 1237만 3038명(40.8%), 2016년 총 3119만 359명 중 1289만 8375명(41.3%), 2017년 3166만 5393명 중 1316만 9418명(41.6%)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결국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 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인데도 여성운전자 교통사고 가해는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 점에서 앞서 소개한 영화 '극한직업' 속 김여사 에피소드는 여성운전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 혐오에 맞서는 시대 감수성을 탑재하고 날리는 유쾌한 결정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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