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허가에 일부 위법이 있지만 공공성에서 볼 때 허가취소를 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사 진행에 지장은 없게 됐지만,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신고리 4호기의 운영허가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쟁점으로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14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559명의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고리 원전의 특수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허가를 내줬다”면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건설허가 처분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허가 의결 당시 참여한 원안위 위원 중 두 사람이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한수원이나 관련 단체의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결격 사유가 있어 그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봤다. 또 한수원이 원전 건설허가를 신청할 때 첨부서류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2016년 6월 개정 시행된 원자력안전법이 ‘사고관리’ 개념에 ‘중대사고’ 관리를 포함하도록 규정했음에도, 이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두 가지 위법 사항만으로는 원전 건설 허가 처분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전 부지의 위치 선정이 부적합했다거나, 지질 조사가 적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 다른 12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고리 5·6호기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안전성 개선 조치를 이행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상 ‘중대사고’에 대비한 설계를 충분히 갖췄고, 이를 반영한 심사를 다시 하더라도 허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또 결격으로 판단된 두 명의 원안위원의 찬성 의견을 제외하더라도 정족수를 충족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허가를 취소할 경우 공사가 지연돼 적정 전력설비예비율을 갖추지 못할 수 있고, 1,602개에 이르는 관련 사업체들 중 상당수가 도산해 산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흠결은 건설허가를 좌우할 성격이 아니다”며 “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약 4년의 건설중단 기간에 약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처분 취소로 인한 손실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 6월 원안위의 건설 허가를 받아 착공, 올해 1월말 기준 42.7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각각 2023년 3월과 2024년 6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처럼 일부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허가는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신고리 4호기의 최근 운영 허가에 대해서도 울산 등 탈핵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그린피스 측은 즉각 항소에 나서기로 했다. 그린피스 측 대리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됐단 점에 대해서는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하지만, 명백한 위법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굉장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안위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도 “법원이 소송과정에서 위법성을 인정했는데, 위법한 것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울산지역 차원에서도 대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울산탈핵행동은 김종훈 국회의원,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영남권 단체들과 함께 안전방출밸브 누설 등 안전 문제가 있는데도 원안위가 통과시킨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의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진행한 뒤 원안위 위원장 면담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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