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코미디 영화 ‘극한 직업’이 1000만을 넘어 1500만 관객을 동원할 기세다. 역대 1000만 영화는 대체로 공분과 신파를 공유했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설득하지 못하면 1000만은 불가능하다.

‘극한 직업’은 1000만 영화 중에 가성비(제작비 대비 흥행 수입) 1위로 기록 된 ‘7번방의 선물’(2012년) 수익률도 따라잡을 기세다. 최종 성적이 1500만 안팎이면 1위로 올라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극한 직업’의 흥행은 보다 정확하게 기술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웃음 하나로 한국 영화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냐는 상황이 아니다. 이때의 웃음은 전형적인 제스처, 장면, 말장난이 만들어 낸, 말하자면 익숙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극한 직업’의 웃음은 익숙함을 넘어 수상하다. 그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작위적 우연을 가리는 도구로 작동한다. 이상하게도 영화는 위장 개업한 치킨가게가 맛집으로 거듭나는 구체적인 실상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대체 그 치킨 집은 어떻게 그리도 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가? 왕갈비 식당 아들인 형사 한 명이 타고난 재능으로, 말하자면 어쩌다보니 우연히 세상에 둘도 없는 맛있는 치킨을 만들어 낸다는 게 영화가 보여준 해명의 전부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극한 직업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저 임금 과속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존을 위협한다는 진단이 수없이 제기된 가운데, 대통령이 이들 중 1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대통령은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했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대통령은 여러 의견을 들은 뒤 “길게 보면 인상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문제의 화근은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아니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공약이다. 2018년 인상만으로 문제가 커졌고, 2019년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장사할 시간에 왜 간담회에 참석했는지 모르겠다”는 자영업자의 말은 슬픈 코미디였다. 그들이 ‘극한 직업’을 봤다면 웃기보다는 반짝 아이디어로 대박을 친 수원왕갈비 치킨의 비결에 더 눈길이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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