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버스운전기사 성폭행 방관한 승객들 최후는 죽음
불법 선거․위법행위 눈감아 주는 관대주의 ‘폐단’ 야기
조합원의 깨끗한 선거만이 ‘밝은 조합’ 미래 그려낼 것

 

김윤희 울산시선관위 사이버담당계장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 한 남자는 텅빈 도로에 앉아 차편을 기다린다.
멀리서 버스 한 대가 보이고, 버스를 운전하고 있던 여기사는 그의 앞에서 멈춰선다. 남자는 여자 운전사에게 ‘2시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태워줘서 고맙다’며 버스에 올라탄다. 그렇게 남자와 버스안의 승객들은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한다.

잠시 후 건달 두명이 버스에 올라타 흉기로 위협하며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여자 운전사를 강제로 버스에서 끄집어 내려서 성폭행을 한다. 그러나 승객들은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다. 버스를 기다렸던 남자만이 그들을 제지하러 가지만, 역부족이었다.

승객들은 버스창가로 와 그 광경을 지켜본다. 구경이라도 난 듯 보기만 한다. 곧 여자운전사는 피로 얼룩진 얼굴과 풀어헤쳐진 머리로 터덜터덜 버스로 돌아온다. 승객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만이 앉아 있는다. 여운전사를 도와주려했던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며 버스에 올라타려 하는데, 여운전사는 그에게 ‘내리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남자는 ‘난 단지 도와주려 했을 뿐이다’라고 하지만 여운전사는 문을 닫아버리고 출발한다.

그리고 조금 후에 남자는 자신이 내린 버스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모두가 숨진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승객들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버스 창가에 붙어 불의의 현장을 구경만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영화에서 정의는 죽어 있었다. 눈앞에서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고, 혼자서 구하러 간 남자가 폭행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영화’를 보듯, 창문 너머로 그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들은 기권했다. ‘내가 도와줘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하는 마음, 해를 입을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마음,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하는 마음. 이기심과 공포심과 방관이 뒤섞인 모두가 기권한 버스공간은 끔찍했다.

영화는 여운전사의 모습을 꽤 긴 시간동안 클로즈업했다. 마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왜 나는 그럼 아픔과 수모를 당해야 했는가’ 하고 운전사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그녀를 외면하는 승객들의 모습을 비추고 곧 여운전사를 비춘다. 그녀의 표정엔 분노가 어리고, 슬픔이 어린다. 다시 앉아 운전대를 꼭 쥐는 그녀의 얼굴엔 이미 죽음을 결심한 분노가 서려있다.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라고 단테는 말했다.

버스안 승객들은 여자를 성폭행하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불의를 침묵하고 외면하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영화는 직접 나쁜 행동을 한 건달이 아닌, 승객들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린다. 방관의 고통스런 결말이다.

오는 3월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는 날이다.
조합장 선거의 폐쇄적인 특성상,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기부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없이 중요하다.

한때 조합장 선거에 ‘5당4락’(5當4落, 5억원 쓰면 당선, 4억원 쓰면 낙선)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후보자가 선거인에게 금전·물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이 횡행했다.

또한 조합장선거 특성상 후보자와 선거인이 혈연·학연 등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 선거인이 후보자의 위법행위를 목격하고도 눈감아 주는 등 온정주의·관대주의로 인한 폐단을 야기한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는 조합원이 혈연·지연·학연 등에서 벗어난 객관적 시각으로, 후보자의 자질을 살피고 고심해 조합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선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토크빌의 말처럼 조합원의 깨끗한 선거만이 밝은 조합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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