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의장·구청장·구의원 수년간 비위 정황
복수 구의원 "세 사람 스스로 의형제라고 말해"
유착과 자정기능 상실 속에 반복돼온 비위 방조
"지방의회·지자체 소홀한 감시도 한몫했다" 지적

서울 영등포구의회와 구청의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내부에도 있었지만 수년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감시와 견제는 망각한 채 정(情)으로 뭉친 끈끈한 유착 때문이었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최근 비위 의혹이 드러난 윤준용 영등포구의장과 조모 전 영등포구청장 그리고 김모 영등포구의회 의원은 구청 직원과 구의원들 사이에서 '의형제'로 통했다.

복수의 구의회 관계자는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며 "본인들 스스로도 '우리는 의형제'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다녔다.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구의회 부의장이던 2014년 7월부터 2년간 국민 혈세로 지급된 업무추진비를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집중 사용했다. 30차례에 걸쳐 쓴 돈만 1011만1000원이다. 해당 식당은 당시 윤 의장의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이기도 하다. 

조 전 구청장은 자신이 만든 사모임의 운영진에게 구청 사업을 몰아준 의혹을 받는다. 사모임 회장 A씨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는 2011년 말부터 2017년 중순까지 구청에서 발주한 사업 94건을 수주했다. 계약금은 8억7000만원이 넘는다. 

사모임 부회장 B씨가 운영하는 광고물 제조업체는 2012년 말부터 구청사업을 받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총 75건을 계약했다. 수익은 7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두 업체에 배당된 사업은 대부분 경쟁입찰이 필요없는 2000만원 이하 수의계약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회사를 처남댁에게 물려준 이후 구청사업을 무더기로 따낸 정황이 확인됐다. 처남댁 회사와 김 의원의 사무실은 같은 건물, 같은 주소를 써왔다. 2016년부터 구청 사업 43건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3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대해 윤 의장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사익을 취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고, 조 전 구청장은 "A, B씨의 수의계약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오해의 소지를 만들어 죄송하다"며 시정을 약속했다. 

불거진 의혹만 놓고 보면 모두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 일부의 경우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간 정식 감사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공론화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들의 '삼각 커넥션' 안에서 자정 기능을 상실한 영등포구청과 구의회가 수년에 걸친 비위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한 구의회 관계자는 "세 사람의 유착 관계를 구청, 구의회 직원들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말을 못한 채 그들의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며 "몰아주기, 쪼개기, 최측근이라는 말은 이미 익숙한 단어"라고 꼬집었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에 대한 소홀한 감시도 한몫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지방의회나 지자체는 정부중앙조직보다 상대적으로 감시망 밖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공직자 친인척 수의계약 완전 배척, 업무추진비 모두 공개 등 보다 엄격하고 투명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방의회나 지자체 스스로 이를 해결하도록 두는 게 아니라 서울시, 나아가 중앙부처에서 직접 나와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며 "강력한 외부 감사기관을 상시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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