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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고래 뱃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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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3.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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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배호 화백


지난해 영국 왕립 통계학회가 뽑은 2018년의 숫자는 ‘90.5’였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비율이다. 약 65년간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 중 90.5%가 그대로 자연에 버려졌다.  결국 누구를 공격하게 될까.

3월 15일 밤 필리핀 남부 콤포스텔라 밸루주 마비니시 해안에서 길이 4.5m, 무게 50kg가량의 민부리 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고래를 해부한 해양 생물학자 대럴 블래츌리 박사는 “고래 뱃속에서 살포대 16개와 마대 4개, 쇼핑백 등 갖가지 플라스틱 쓰레기 40kg가량이 나왔다”며 쇼셜미디어(SNS)에 사진을 공개했다.

고래는 소화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큰 플라스틱 조각이 장에 남아 있으면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먹이를 제대로 먹지 않아 결국 죽음에 이른다. 오랜 기간 뱃속에 쌓인 플라스틱은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지난 2월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이 영국 해안에서 발견한 죽은 돌고래, 바다표범 등 해양 포유류 50마리의 내장에도 플라스틱이 가득 들어 있었다.

태평양에는 해류를 타고 모인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이미 여러 개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은 면적이 무려 160㎢에 이른다. 남한 면적(10만㎢)의 16배에 이른다. 이곳에 쌓인 쓰레기 량은 8,000만t에 달한다. 그중에 5%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나 그물 등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마리아나 해구’(최대 수심 1만100m)에 사는 심해 새우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얕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뿐만 아니라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은 깊은 바닷속까지 안전하지 않다.

인간이 지금 당장 플라스틱 제조를 멈춘다 해도 해양생물은 앞으로도 수십 년, 수백 년간 미세 플라스틱을 계속 삼켜야 한다. 이미 버린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물 속 깊은 곳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가 먹는 천연소금 중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만든 ‘해염’을 먹으면 미세 플라스틱 약 2,000조각을 먹게 된다니 이제 사람 뱃속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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