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단 3초 만에 축구장 하나가 불타버렸다.’ 201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벨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시속 130㎞(초속 36m)의 강풍을 타고 확산됐다. 2018년 11월 89명의 사상자를 내며 캘리포니아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산불 ‘캠프파이어’의 위력 역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트 인근에 불어 닥친 강풍이었다.

지난 3월 30일 중국 쓰촨성 산불도 건조한 강풍이 피해를 키웠다. 해발 4000m 고산지대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중국 소방당국은 소방관 700여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진화 도중 바람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소방관 30여명이 불길에 갇혀 사망했다.

4월4일과 5일 이틀간 강원도 고성과 강릉 일대에서 축구장 740여개의 면적을 태운 산불이 빠르게 번진 것은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강풍때문이었다. 양간지풍은 1633년 이식의 <수성지>에, 양강지풍은 1751년(영조 27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 높은 바람이다.

양간지풍은 강원도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이들 바람은 봄철만 되면 강원도 공무원들을 긴장시키는 바람이다. 고온 건조한데다 소형 태풍급에 버금갈 정도로 풍속도 빠르다. 이러한 국지성 강풍은 봄철 ‘남고북저(南高北低)’ 기압 배치에서 서풍기류가 형성될 때 발생한다.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몰아친다.

2005년 4월 천년고찰 낙산사를 덮친 당시 산불 역시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2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불똥이 수백미터씩 날아가 새로운 산불은 만드는 ‘비화(飛火)’현상도 이럴 때 볼 수 있다. 일명 ‘도깨비불’이 피해를 더욱 확산시킨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64%가 발화지점의 100m이내에서 수관화(樹冠火)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을 말한다. 확산 속도가 빨라 인력으로는 진화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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