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이 연루된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이었던 울산 경찰 내부에서는 회의감까지 퍼지고 있다.
18일 울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울산경찰청 소속 A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A경위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친동생이 연루된 건설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중 한명이다.
최근 압수수색 영장 등을 통해 파악된 바에 따르면 A경위는 해당 사건으로 김기현 전 시장 측근을 협박하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들을 누설하는 등 강요미수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A경위는 공무원 신분으로 도주의 우려는 없지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이 커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A경위의 구속 여부는 19일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A경위는 김 전 시장 친동생이 연루된 건설비리 의혹 사건을 고소한 건설업자와 다소 특별한 관계처럼 비쳐졌다.
이 건설업자는 김 전 시장 친동생이 북구의 한 아파트 시행권을 대가로 30억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오랫동안 제기해왔고, 2017년 말 고소장을 재차 접수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자, 그해 10월 고소인은 A경위가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례적이었지만,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A경위를 콕 찍어 요구했다. A경위는 파견 형태로 수사를 지원하다 이듬해 정식으로 수사팀에 합류했다.
사건이 수면에 떠오른 지난해 3월 말 A경위에 대해 “수년 전 김 전 시장의 측근에게 접근해 부정청탁과 협박을 했던 비리경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A경위는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주목할 부분은 수년 전 부정청탁과 협박을 했다는 의혹, 즉 ‘강요미수’보다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A경위가 고소를 제기했던 건설업자에게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누설했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건설업자에게서 수사보고서 등 경찰 내부 문건이 일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A경위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한 것도 수사의 무게가 ‘공무상기밀누설’로 기울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거인멸의 우려’도 A경위가 잠재적으로 수사선에 오를 수 있는 인물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거다.
지난 9일 검찰이 울산경찰청 112상황실과 지능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한 후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울산경찰청 분위기는 침통하다 못해 흉흉하기까지 하다. 울산경찰청은 A경위의 개인적인 비위로 선을 긋고 이렇다 할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찰 내부에는 조직적인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고래고기 환부사건’ 등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펼쳐왔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 검찰 지휘에 따라 소극적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회의감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A경위를 제외하고 경찰관 4명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아직까지 피의자가 확대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참고인’과 ‘피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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