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5개 시내버스 노사의 올해 임.단협 타결이 지연되면서 시내버스 운행에 차질을 빚은 15일 오전 남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비상수송차량으로 투입된 관광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평소보다 빨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 넘도록 버스가 오지 않았어요. 결국 지각이네요. 그래도 학교에서 출석부에 지각 처리를 안 한다니 다행일까요.”
울산 시내버스 사업장 5곳의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협상이 늦어지면서 15일 오전 내내 울산지역 시내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이로인해 많은 시민들의 발이 묶여버렸다.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버스 안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허탈한 모습이었다. 1시간을 기다려 겨우 버스를 탔다는 이 학생은 9시가 넘어서야 버스에서 내렸다.
#긴급투입 전세버스는 우왕좌앙
시내버스 파업에 대비해 이날 울산시가 전세버스 등을 비상 수송편으로 투입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노선을 몰라 허둥지둥하거나, 부족한 안내로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동부경찰서 앞 정류장에 전세버스 한대가 정차했다. ‘122번’이라는 종이팻말을 달고 있었지만,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시민들은 정류장에 서서 한참 동안 버스를 바라보기만 했다. 한 시민은 “일반 회사의 통근버스인줄 알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한 뒤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안내전광판도, 안내방송도 없는 버스 안은 적막했다. 하차벨도 따로 없어 승객이 ‘여기! 여기서 내려야 되는데!’라고 말하고 나서야 버스가 멈추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운전기사도, 앞좌석에 앉아 안내 역할을 하던 공무원도 이 버스 노선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느 차선으로 가야할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다못한 승객이 나서 진두지휘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버스정보시스템도 말썽
5일장이 열린 태화·우정시장 일대에서도 시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226번 버스를 기다린다는 한 아주머니는 시장에서 산 물건을 한아름 안은채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며 울상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버스타기를 포기하고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고 정류장을 떠났다.
정류장의 버스정보시스템도 말썽이었다. 태화시장 앞 버스정류장의 127번 버스는 ‘9분 후 도착’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20분이 지난뒤에도 이 버스정보시스템에는 127번 버스의 도착 시간이 ‘9분 후’였다.
시내버스 노사가 오전 잠정합의에 이르면서 이날 정오부터는 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됐지만, 버스정보시스템 오류는 한동안 계속됐다.
#택시는 때 아닌 특수
시내버스 파업으로 택시는 때 아닌 특수를 맞기도 했다. 한 택시기사는 “평소보다 몇배로 손님이 많았던 것 같다”며 “보통은 카카오택시를 부르는 손님을 많이 태우는데, 카카오택시 호출을 승인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에서 택시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울산 시내버스 파업은 2014년 10월 울산여객과 남성여객 노조가 급여지급 연기에 반발해 이틀 동안 파업한 후 5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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