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의 무더위도, 내리는 눈이나 비도 피할 수 없는 ‘길 위의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상당수 생겨나고 있지만, 노동 1번지 울산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20일 울산시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울산본부 등에 따르면 전국대리운전노조 울산지부 등을 중심으로 지역 노동계는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를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는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등 길거리를 떠돌아야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업무 특성상 대기시간이 길고 마땅한 휴식공간이 없는 이들은 손님을 받거나 일을 처리하는 사이 수시로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한다. 이들 이동노동자가 더 이상 길거리를 방황하지 않고,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서 ‘쉼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16년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최근까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성남·안산·광주·하남 등 5곳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2021년까지 1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의 쉼터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은 운영을 시작했고, 부산도 오는 10월 부산진구 서면로에 이동노동자 지원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경남도 쉼터를 추진하기 위해 최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1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이들 쉼터는 오후 6시부터 오전 6까지, 또는 24시간 운영되면서 휴게 공간의 역할뿐만 아니라 행정·복지·문화 사각지대의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상담을 제공하고, 소모임이나 인문학강좌 같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울산지역 노동계도 2017년부터 기자회견과 간담회, 토론회, 건의 등을 통해 울산시에 쉼터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울산시의 반응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계속되는 노동계의 요구에 지난해 울산시가 서울의 쉼터를 방문해 운영 실태를 살펴보는 등 사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노동계는 이동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남구 달동이나 삼산동 일대에 쉼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 마땅한 장소가 없고,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울산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노동자 쉼터에 대한 논의는 박병석 울산시의원 주최로 22일 오후 2시 시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다시 한번 이뤄질 예정이다. 노동계는 민선7기 울산시가 의지를 가지고 이동노동자 쉼터를 적극 추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울산본부 홍경미 사무국장은 “그동안 울산시는 장소나 예산 등을 이유를 들며 사실상 사업 추진에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면서 “민선7기 울산시가 ‘노동존중’을 내세운 만큼 지금이라도 이동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동노동자 실태나 수요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뒤 신중하게 사업 검토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22일 예정된 간담회에는 참석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