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꾼 제 역할 못할 때 따른 손해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돼 있어
정치에 관심갖고 소중한 한표 행사를

배준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지난해 치른 6·13 지방선거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주행거리(?)가 벌써 1주년을 넘었다. 지자체장에 대한 1차 수행성적표도 시민들로부터 대략 매겨진 것 같다.
선거연수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8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모두 310조 1,612억원. 이를 기준으로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선출한 3,994명의 당선인이 임기 4년간 운영할 지방재정의 규모는 1,240조에 달한다.
이를 전체 유권자 수로 나누면 유권자 한명이 행사하는 투표에서 파생되는 가치는 2,891만원이나 된다.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로 활동하면서 새내기 유권자나 시민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한 표의 가치’를 자주 언급하는데 투표의 중요성을 ‘유권자의 현명한 쇼핑’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현명한 소비자가 쇼핑할 때처럼 브랜드와 내용물,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곧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후회하거나 반품(?)할 때 아픔도 경험하게 된다고 말이다. 4~5년에 이르는 임기. 즉 의무사용기간(?)도 소비자의 부담이다. 또한, 경제적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6·13지방선거에 들어간 직접적인 비용만 1조 700억원이 들었다. 기표도구와 투표용지, 선거관리위원회 등 선거비용만 5,700여억원. 여기에 득표율 15% 이상은 전액보전해주고, 10~15%는 절반을 보전해줘야 해서 이 비용도 5,000여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 뽑은 지역일꾼이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 그 ‘불량품에 대한 손해’는 소비자인 우리에게 고스라니 돌아오게 된다.

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던 울산의 경우 지난번 6·13지방선거로 판도가 뒤집어졌다. 더불어 민주당 소속 후보자들이 광역시장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을 모두 싹쓸이를 했다. 광역·기초의원도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교육감도 진보성향이 강한 인사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광역시승격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지방정권교체인데다 집권 여당 소속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의 광폭행보 속에 최근 지정된 제2호 태화강 국가정원 등 집권당의 프리미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부응 시각도 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지역 경기가 최악이라서 청년실업 등으로 역대 시장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불량스러움’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나온다.
같은 당 상위기관장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발언과 뒷 담화, 각종 행사장에서 분위기를 순식간에 썰렁하게 만들어 그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언변, 시청 내 장애인 운영 카페 ‘갑질' 의혹과 무리한 의전을 요구하는 행동 등 구설수에 오르는 선출직들이 너무 많다.
특히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정책에 대한 언행은 사전에 충분한 사업 타당성과 실효성 검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울주군 호랑이생태원 등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생각’ 수준의 정책이 발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언을 해줄 충신(忠臣)이나 검증 또는 제어시스템이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뽑은 정치인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봐야만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객관적 관념론의 창시자인 플라톤(BC 427년 ~ BC 347년)의 오래된 충고는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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