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을 개최한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은 1896년 마라톤을 올림픽 종목으로 결정했다. 아테네에서 막을 올린 제1회 근대올림픽에서 마라토너들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 병사 필리피데스가 달렸다는 마라톤과 아테네 사이의 길을 달렸다. 
그 후 올림픽 때마다 각 개최지의 지형과 기후를 감안해서 마라톤 코스가 약간씩 달라졌다. 제4회 런던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코스가 41.842㎞였는데 경기를 보러왔던 알렉산드리아 왕비의 바로 앞까지 선수들을 뛰게 하려고 코스가 갑자기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지만 어쨌든 이때 변형된 코스의 길이가 정확히 42.195㎞ 였다. 제8회 파리 올림픽에 이르러서는 마라톤 풀코스가 공식적으로 42.195㎞로 정해졌다. 
이후 42.195㎞ 풀코스의 ‘2시간’ 벽을 깨는 것이 마라톤계의 숙원(宿怨)이었다. 2시간 6분대 기록이 나온 건 1988년이고, 2시간 5분대는 1999년 작성되었다. 2시간 2분대는 2014년에야 나왔다. 지난해 호주 연구진은 2032년이 돼야 10%의 확률로 2시간대가 깨질 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1분 39초로 처음 ‘2시간 1분대’에 진입한 케냐 마라토너 일리우드 킵초게(35) 역시 2시간 벽 돌파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2019년 10월 12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킵초게가 드디어 42.195㎞ 풀코스를 1시간 59분 40초에 주파했다. 비공인 기록이지만 2시간 벽을 깬 것이다. 이번 이벤트는 영국 최대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가 2시간 벽을 깨기 위해 기획했다. 
기록 단축의 필수 조건인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7명의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출발했다. 앞에서 V자를 이뤄 달리는 5명이 ‘방풍벽’ 역할을 했고, 2명은 뒤쪽 좌우에서 호위를 했다. 4㎞ 기준으로 교체하는 등 총 41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동원됐다. 
킵초게는 “마라톤 2시간 벽 돌파는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 딛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킵초게가 공식 경기에서 당당히 2시간 벽을 돌파할 날이 언제가 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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