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물었습니다 
생글생글 손가락이 웃고 있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오똑한 콧날의 당신은 

과거일 뿐입니다 
줄을 맞춰주세요 

칼을 문 순간은 죽음도 동반된 길의 시작입니다 

앞서 뛰지 말아주세요 
성급하게 달리는 당신의 걸음에 
바게트처럼 내 혀가 
아니 당신의 목이 달아날지 모릅니다 

모두가 발 내딛는 허공 
작두의 세상에서 함부로 발 
내밀지 말아 주세요 

발을 헛딛는 순간 당신의 혀는 바닥에 깔려 <오른발 다음에 왼발 발이 보이지 않게>* 달려온 길이 

싹둑, 
너 대신 내가 
나 대신 우리가 
몰아치는 비바람에 견뎌야 하는 가을은 아직 화창입니다
< >*김행숙 ‘세월’중

 

김 루 시인

 

◆ 詩이야기  
바람이 불면 가끔은 불안하다. 혹 예상하지 못한 강풍은 아닐지, 신호등의 신호가 빨갛게 흔들거리면 심장이 멎을 듯 통증이 몰려온다. 떨어지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떨어진 눈동자를 보아서일까. 날개 없는 새는 새가 아닌데... 어제의 자리가 오늘의 자리를 온전하게 보장해 주지 않는 현실은 작두다. 겨드랑이에 돋는 날개가 환상통을 앓는 가을. 비바람에 견뎌야 하는 계절은 아직 화창이다. 

◆약력
김천 출생. 2010년 『현대시학』신인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울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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