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봉 울산시구·군의장단협의회 회장

중구, 연이은 가을태풍 겪으면서 미흡한 재난대응 안타까워
철저한 사전대비·효율적 대응체계구축…피해 최소화 가능
행정 자성 통해 ‘천재’가 ‘인재’로 둔갑하는 우 범해선 안돼

정말 유례없는 일이다. 
무더위를 떨쳐낼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린 보람도 없이 9월과 10월, 세 개의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덮치며 달갑지 않은 손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언제부턴가 가을이 ‘슈퍼 태풍’의 계절로 변하고 있다. 
가을태풍은 여름태풍을 능가하는 위력을 보이며 무엇보다 300㎜이상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물 폭탄’이 특징이다. 
가을 슈퍼 태풍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이란 지적이 많다. 가을 태풍이 강한 것을 북태평양의 수온이 8월말~9월초에 가장 높아지기 때문인데 이는 결국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재난은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대응 역시 특정시기가 아닌 사시사철 체계적 계획을 토대로 한 선제적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연이은 가을 태풍을 겪으면서 아직도 우리 중구의 재난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안타까운 심정이다. 
태풍 내습 전 우수로를 막을 수 있는 각종 쓰레기나 폐품은 사전에 수거하고 각 동별로 취약지역의 양수기 가동상태 등 방재장비 역시 기동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미리 점검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또한 태풍이 지역에 내습하면 평소 훈련되어온 매뉴얼을 바탕으로 재난컨트롤타워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행정력이 보여준 몇몇 사례를 직접 보며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태풍 타파 내습 전 대표적 재난 취약지역에서 대책회의를 했음에도 정작 도로변에는 침수피해를 가중시킬 쓰레기가 폐품이 수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고 양수기 또한 위급상황에서 전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곳에 보관돼 있었다. 
더욱 문제는 지난 태풍 ‘미탁’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상가와 주택이 침수피해를 당했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 동장이 주요 방재시설이 설치된 곳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들 시설이 ‘타파’전부터 고장 났다는 주민 신고가 있었음에도 관할 공무원들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작 태풍발생시 무용지물인 사례도 있었다. 
또한 침수지역에 비치된 양수기는 펌프를 가동할 기름을 미리 채우지 않아 기동력을 상실한데 이어 물을 빼는 호수의 연결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위급상황 속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속출하기도 했다. 
재난대응의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소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정작 주민의 재산과 인명 피해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작은 문제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법이다. 
특히 행정의 실수로 치부하기엔 당시 주민들로부터 받은 불신의 따가운 눈초리가 너무 아프기만 하다. 
지방행정의 첫 번째 책무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지진 등과 달리 태풍처럼 예고된 재난은 철저한 사전 대비와 효율적 대응체계 구축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재난컨트롤타워에서는 효율적으로 대응방향의 지시를 내리고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재난에 대응하면 피해는 얼마든 줄일 수 있다. 
더 이상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둔갑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행정이 자성을 통해 다가올 재난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아직도 무수히 많은 태풍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