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근시인·문화평론가

쥐, 위험 미리 감지하고 어려운 여건에서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
재물·다산·풍요 기원의 상징…구비 전승에 다양한 캐릭터 등장
2020년, ‘흰쥐’ 상서로운 기운으로 희망·기회의 해 되시길 기대

늘 반복되는 자연현상인데도 때와 장소와 수리의 변동을 신성하게 여겨 그 현상에 자신의 의지를 부합시켜 좋은 일을 바라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 마음이다. 해가 바뀌는 첫 날 동쪽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햇덩이를 보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희망사항을 간직하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어본다. 어둠으로부터 힘차고 찬란하게 용솟아 오르는 강력한 힘 앞에서 자신의 입신양명, ‘바람’을 맡긴다. 
그 신성하게 벌어지는 광경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어둡고 춥고 길고 무거운 겨울밤을 견딘다. 겨울밤은 점점 깊어가고 괴괴하여 얼른 밤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두운 순간을 동이 트기 직전이라고도 한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물론 천체 물리학질서에 의해 행성들의 나열을 보면 그 순간이 ‘가장 어두운 시간’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새벽녘은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는 무렵이고, 동이 틀 무렵은 새벽의 한두 시간 후 일출 직전을 말하니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꼭 말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신령한 기운을 기다린다는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의 눈을 감고 순흑(純黑)의 순간을 가지는 것이다. 
경자년(庚子年) 벽두에 좋은 소식이 있어 모처럼 밝은 기분이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로스엔젤레스 버버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까다롭기 유명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골든글로브 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위상은 물론 저력을 보여 줬다는 쾌거이다. 
이 소식에 즈음하여 역대 골든글로브 작품상들을 살펴보다가 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과 고립감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말해주고 있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윈스턴처칠의 총리 취임 직후부터 ‘덩케르크’ 철수작전인 ‘다이나모 작전’을 펼치기까지 오로지 자신과 싸워야 했던 시간을 윈스턴처칠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스토리이다. 처칠은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의 지도자로서 계속되는 패배 속에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지 고민한다. 그와 동시에 흔들리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고뇌하고 또 고뇌하다가 마침내 외친다. “우린 결코 굴복하지 않습니다(We shall never surrender),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 라고 외치게 되는데 이 처칠의 신념은 자신뿐만 아니라 의회의원들, 더 나아가 국민들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리더쉽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에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는 명대사들이 꽤 많이 나온다. 처칠은 명연설가인 동시에 문학인으로서 1953년 노벨문학상도 수상한다. 
매달 초사흘이면 초승달이 떠오르고, 보름이면 덩그런 달이 솟아오르며, 초하루에는 달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차고 기우는 달의 모습을 근거로 생겨난 새해의 시작이 ‘설’이다. 올해 설 명절은 일월(양력)에 들어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달의 모양과 동식물과 인간생활의 변화가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믿어왔다. ‘쥐’를 자신(子神)이라하며 십이지 첫 번째 동물로 표현된다. 쥐를 궁비라대장(宮毘羅大將)이라고도 한다. 또한 ‘쥐신’은 만월보살(滿月菩薩)로 나타나는데 이 보살은 꺼져 가는 달에다 광명의 물을 채우는 보살이라 한다. 때문에 광명보살(光明菩薩)이라고도 한다. 달에는 암흑의 신인 마귀들이 들끓어 광명의 물을 퍼 부으면 모두 빨아먹곤 하였다. 따라서 신이 광명의 물을 길러 가는 사이에 인간세상은 암흑세계가 되었는데 광명보살이 마침내는 광명의 물을 먹어치우는 악마를 퇴치하고자 쥐신이 되어 내려왔다고 한다. 때문에 쥐는 늘 바쁘고 고달프다. 2020년 올해는 흰쥐(경자년)해로써 상서로운 기운으로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이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도 있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 재물, 다산, 풍요 기원의 상징으로써 구비전승에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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