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던 시대는 갔다. 이미 극장과 TV를 넘어 점점 확대되어 왔던 채널은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을 거치며 손 안의 모바일로 이어져 철도나 버스여행과 동시에 장편 영화 한 편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많아진 채널 뿐 아니라 영화 공급의 환경 역시 바뀌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유통망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이미 콘텐츠의 제작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 했던가. 길이 너무 많아 오히려 문제일 정도다. 
반면 그렇기에 여전히 극장의 가치는 유효하다. 불이 꺼진 후의 두근두근함,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마음을 나누던 공간, 극장. 단지 콘텐츠만을 섭취하는 것이 아닌 이 ‘극장 경험’은 아날로그 세대 뿐 아니라 진짜 디지털 세대에게도 여전히 고유한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만나기는 점차 어려워졌다. 한 해에 천만 영화가 5편이 등장하는 놀라운 영화 사랑의 나라 한국이지만 소위 돈이 되는 영화가 멀티플렉스의 다수관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시네마테크나 규모가 작은 상영관에서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려는 시도가 생겨나고는 있지만,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그 기회는 거의 찾기 힘들다. 
그래서 영화제가 필요하다. 영화제는 본래 전 세계의 영화들을 처음 소개하는 공간으로 주로 기능해왔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귀한 플랫폼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의 영화제는 서울에만 편중되어 있는 문화적 불균형을 깨고, 지역민들이 전 세계의 현재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제는 축제이자 동시에 소중한 극장 경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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