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상점들 휴업
자영업자 도우는 SNS 순기능에 ‘감동 물결’
‘코로나19로 재고 소진이 어려운 매장입니다. 무려 40% 할인된 가격으로 주문 가능하십니다’
울산의 각종 소식을 SNS에 소개하는 한 채널에 이런 류의 음식점 소개 게시물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에는 메뉴 사진에서부터 가격, 포장판매인지 배달도 가능한 지 여부와 주소, 연락처가 안내돼 있다.
상업적 광고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을 잃은 채 낙심하고 있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무료 홍보 캠페인이다.
울산에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5일부터 27일 현재까지 10곳이 훌쩍 음식점이 소개됐다.
결과는 대박이다.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생고기직화구이점, 해물찜가게, 샌드위치전문점, 베이커리, 스시집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을 잃은 음식점이 헐은 가격이지만 재고를 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캠페인을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착한 감염증’이라 부른다.
#SNS는 순기능을 싣고
울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중구 성남동의 스시반점. 1년 전 오픈한 이후 계속 매출이 올랐지만 울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2일 이후 손님이 끊기면서 매출이 80%나 줄었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가게 문을 닫는 게 차라리 낫다 싶지만 임대료 걱정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민구 사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기의 순간, 지인들로부터 한 SNS 채널이 코로나19로 재고 소진이 어려운 매장을 공짜로 홍보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번쩍 띄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이었다.
신민구 사장은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질 줄 모르고 식재료 손질을 다 해둔 상태라 난감했는데 감사하게도 SNS를 통해 도와주셔서 다 소진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더 힘든 이웃에 선행 베푼 자영업자
장사가 안돼 힘든 와중에도 선행을 베풀어 소비자들을 감동시킨 사연도 소개됐다.
남구 삼산동의 호프집 ‘코앤타베’ 강시은 사장은 25일부터 휴업에 들어가면서 미리 장만해둔 식재료는 물론 마스크까지 SNS 홍보를 통해 모두 무료 나눔했다.
강씨는 “휴업을 결정한 뒤 식자재 처리가 문제였는데 이런 재난 상황에는 오히려 비영리시설들이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SNS 게시글을 보고 연락 온 동구의 희망장애인보호작업장에 일부 식재료를 무료로 나눠드렸다”고 했다.
이어 “국가적 재난상황에 저도 힘들지만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마음만큼은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웃었다.
해당 SNS 채널 운영자는 게시물에 ‘이런 좋은 가게에는 나중에 꼭 방문해 혼쭐 내주자’라며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코로나19보다 강력한 SNS ‘착한감염증’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주인공은 페이스북 등 여러 SNS에 ‘울산언니’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 레이지플래닛이다.
레이지플래닛 손영경·장다정 대표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분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울산의 많은 업체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봐왔다”며 “다같이 힘든 시기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소개해주는 무료 이벤트를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 두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착한 감염증’ 이벤트에 동참하게 됐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대구지역의 한 SNS 채널에서 이런 이벤트를 시작한 것을 보고 우리 울산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퍼지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동참했다”라며 “코로나 여파가 잠잠해질 때까지 무료 홍보를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울산언니’의 착한 감염증 이벤트 게시물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빛의 속도로 이용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착한 감염증’ 기다리는 자영업자 곳곳에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중구 젊음의 거리에는 울산 첫 확진자 발생한 22일 이후 유동인구가 확 줄면서 스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번째 확진자 동선에 젊음의 거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가뜩이나 힘든 지역 상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상가들은 줄이어 강제 폐쇄조치 됐고, 주변 상가들도 ‘코로나로 인해 임시휴업을 결정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은 거다.
노점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김타관 씨는 “월요일에 가게를 열었는데 1만4,000원짜리 가방 한 개 판 게 하루 수익의 전부”라며 “확진자 동선이 이 거리 쪽이라 당분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착한 감염증’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는 울산 골목골목에 포진해있다.
한 시민은 “위기 상황에 SNS를 통한 자발적인 선행이 이어지면서 감동의 ‘착한 감염증’이 코로나19보다 강력한 파워로 울산 곳곳에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코로나19 보다 강력한 SNS 타고 번진 ‘착한 감염증’ 기사 관련 영상은 홈페이지(www.iusm.co.kr), 유튜브(www.youtube.com/user/iusm009)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뉴미디어부 신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