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열린 제13회 울산무용제 공연 모습.  
 
   
 
  ▲ 2019년 11월 열린 학춤보존회 정기공연의 연주 모습.  
 
   
 
  ▲ 허 명 공연예술 전문사진작가.  
 

“사진 찍으러 와달라는 전화가 뚝 끊겼네요.”

”울산에서 공연예술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명씨(52). 울산문화예술판에 활동 좀 한다고 한다면 그를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그가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후드의 사진이야기’에는 지난 1월 30일 ‘목요시낭송회’가 울산지역 문화행사사진으로는 마지막이다.

2월 한 달 동안 집과 회사만 오가고 있다는 그는 ‘여유’를 즐기기 보다는 당장 생계가 힘들 지역문화예술인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 행사 취소 문자가 계속 날라 오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벌렁벌렁했습니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행사가 끊기면 굶어야 하는데….”

작품성을 따지기보다 울산 예술문화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그의 본업은 회사원이다.

‘울산공연 자료를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울산의 행사, 공연, 전시 등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낮에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 카메라를 짊어지고 공연장으로 달려간 지가 벌써 10년. 처음엔 사전에 사진촬영 허락을 구하는 것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인들이 그를 찾는 상황이 됐다. 행사 전부터 받은 홍보물을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밴드 등 온라인과 SNS에 올려 먼저 홍보해주기도 하니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그는 행사시작전부터 끝날때까지 성실한 홍보맨이다.

4~5월, 9~10월에는 문화행사가 몰려있어 한 달에 20일이상은 촬영을 나간다.

예산지원을 받는 행사는 수고비도 받지만 예술인들이 각출해 여는 조그만 행사는 재능기부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본인의 온라인 블로그 ‘후드의 사진이야기’에 올려 무료로 공유한다.

예술인들이 그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을 다시 추억하고 기록화 한다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무용을 좋아한다. 그래서 무용공연을 촬영할 때는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와 표정연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감동적인 공연은 눈물을 흘리며 촬영하고, 재미있는 무대는 소리 내 웃으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가 공연사진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몸짓, 노래연주, 준비과정 등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긴장감과 생동감을 엿볼 수 있는 게 공연사진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허 작가가 공연사진 촬영에 발을 디딘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16년 ‘꺼리 삶’, 2017년 ‘두 번째 사진이야기, 춤’ 전시를 선보인 그는 올 가을 세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좀 더 다양한 사진들을 많이 찍을 계획이었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울산문화예술인 여러분! 이 상황이 곧 지나갈 겁니다. 힘 내시고 조만간 현장에서 또 만납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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