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 경희대외래교수(한의학박사) 울산 경희솔한의원장

 

우리가 흔히 ‘체했다’라는 표현은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불편한 느낌이 있을 때를 이야기한다. 학술적으로는 소화불량(消化不良)이나 식체(食滯), 체증(滯症), 담적(痰積)과 같은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며, 영어로는 indigestion, dyspepsia와 같은 표현을 쓴다.

체하게 되면 정도에 따라 두통(頭痛), 식은땀, 복통(腹痛), 설사(泄瀉), 근육통(筋肉痛), 오한(惡寒), 어지럼증, 몸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식도(食道) 등 소화기관에 정체되어 있는 음식물이 흉부(胸部)나 복부(腹部)에 있는 신경이나 혈관 등을 압박해서 생기는 것이다.

음식물이 식도를 제대로 넘어가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음식물이 소화(消化)가 제대로 된다면 금방 증상이 가라앉는다. 자극적인 음식물 섭취나 과식을 피하고, 구토(嘔吐)나 설사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탈수 증세를 겪지 않도록 보리차나 미음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시는 소화제도 큰 도움이 된다.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소화제에는 진피(陳皮), 후박(厚朴), 창출(蒼朮) 등의 한약(韓藥)이 들어있다.

진피(陳皮)는 理氣建脾하여 체기(滯氣)를 풀어주고 소화기의 기능을 도와주며, 후박(厚朴)은 식적(食積)과 기체(氣滯)를 제거하고 우리 몸의 담습(痰濕)를 제거해 준다. 창출(蒼朮)도 燥濕建脾의 효능이 있어 소화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침구요법(鍼灸療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십선혈(十宣穴)은 손가락 10개의 정중앙 끝에 있는 부분인데, 중풍(中風), 급체(急滯) 등 응급 상황에서 사혈(瀉血)하면 좋은 자리이다. 엄지손가락 내측의 손톱에서 1-2mm 떨어진 부분에 위치한 소상(少商)이라는 혈자리는 민간요법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체했을 때 ‘따는’ 부위이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오목한 부분인 합곡(合谷)을 가볍게 3초 정도 눌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자주 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밀가루, 우유,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 등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는 충분히 소화를 시키고 눕는 것이 좋다. 특히 밤에 야식을 먹고 바로 누워서 자는 습관은 매우 좋지 않다. 급체뿐만 아니라 역류성식도염 등 다른 질환까지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가능한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쉬운 팁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직장생활 등으로 바쁜 현대인들이 잘 지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식후에 과하게 물이나 음료수를 섭취하는 건 소화에 큰 방해가 된다. 수분이 위장(胃腸)으로 들어가서 위액(胃液)의 소화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물 한 컵 이하로 끝내는 편이 좋다.

일반적으로 급체(急滯)한 것 같다고 했을 때 가장 위험한 상태는 상복부(上腹部)의 통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하부 심근경색증이 있다. 이외에도 췌장염, 위천공, 대동맥류 파열 등의 증상이 있을 때도 체한 것 같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체한 것 같을 때 섣불리 소화불량으로 단정짓기 보다는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서 신중하게 감별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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