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에 마스크 생산 공장을 대폭 늘린 중국이 ‘마스크 공급 과잉의 역설’에 직면했다. 중국의 마스크 생산 관련 기업 4만7,000곳 가운데 8,950곳이 지난 2개월 동안 새로 생겼으며 지금은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 됐다. ‘줄서기’는 옛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일상이었다. 텅 빈 국영상점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물건이 떨어지면 되돌아가야 했다. 시장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위해 줄을 서는 이유는 마스크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스크 가격은 올라간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생산 및 소비 결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수요와 공급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이런 시장 과정을 무시하고 정부는 마스크 가격을 통제하며 마스크 생산과 공급에 직접 개입했다. ‘공적 마스크’라는 이름을 붙여 ‘공적 판매처’에서 판매한다. 가격 생산 통제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도 생겼다. 정부 개입으로 가격 기능이 마비돼 마스크 부족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시민들은 불편한 줄서기에 나섰다.

‘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해 소련의 몰락을 예고한 소설이 블라디미르 소로킨의 1985년 발표작 ‘줄’ 이다. 이 소설은 1896년 니콜라이 황제 대관식 때 모스크바 근교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와 연결이 된다. 황제가 내리는 설탕, 과자, 맥주 등의 선물을 받으려고 몰려든 민중은 하사품이 소진 되었다는 소문에 동요한다. 2,000명 가까이 압사했으나 정부가 이에 대해 진정성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분노한 군중은 결국 혁명을 외치고 나섰다. 소련이 무너지자 민중의 줄도 사라졌다. 하지만 줄은 눈에 보이는 돈의 힘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두려운 것은 강제된 줄서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줄의 노예'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