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된 15일 울산지역 284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이 없을 때 투표를 해야겠다며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에 맞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수십미터 가량 줄을 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큰 혼잡 없이 원활하게 투표가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투표장을 찾아온 유권자에게 발열 체크와 마스크·비닐장갑 착용은 필수가 됐고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학생 유권자들의 발길도 간간이 이어졌다.
투표가 끝낸 시민들중에는 방역당국의 모임이나 나들이 자제 호소에도 공원이나 바다, 카페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른 시간부터 대기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투표 시작 시간에 맞춰 대거 투표에 나서면서 울산지역 투표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대기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중구 다운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명정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새벽에 볼일이 있어서 나섰다가 사람 없을 때 투표를 해야겠다 싶어서 찾았는데, 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중구 약사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무룡초등학교에는 장사 준비를 위해 일찍 나섰다는 어르신 2명이 투표 시작 10여분 전부터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다.
○… 방역위한 비닐장갑에 아쉬움 남긴 투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는 탓에 권리행사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시민도 있었다.
남구 신정2동 주민센터 3층 문화관람실에 마련된 신정2동 제1투표소에서 한 30대 남성은 투표소를 마치고 나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서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유권자는 “예전에는 그냥 휴일로 여기고 투표에 관심이 없었다가, 요즘은 경기도 어렵고 국민들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황이어서 투표에 의미를 부여하고 왔다”며 “그런데 도장이 완벽하게 찍히지 않은 것 같아서 무효처리가 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장갑이 미끌거려서 투표가 어려웠다” “소독도 했는데 꼭 껴야 하나” 등의 하소연을 하는등 비닐장갑을 끼고 진행하는 투표에 대해 한마디씩 남겼다.
○… 생애 첫 투표...울산 위해 열심히 일해주길
생애 첫 투표에 나선 유권자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울주군 범서읍 제7투표소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민진(20·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해 이번에 인생 첫 투표를 하게 됐는데 조금 설레기도 하고, 진짜 성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면서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후보자가 당선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첫 투표를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이 울산과 울주군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꽁꽁 싸맨 유모차… “투표는 해야죠”
코로나19 우려 탓에 선거 때마다 눈길을 끌던 가족단위 유권자의 모습은 이번 선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짧은 거리에도 자가용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고 차량 안에 아이들을 둔 채 부부가 교대로 투표소를 다녀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중구 약사동 제2투표소를 찾은 하동열(37)씨 부부는 “어쩔 수 없이 19개월 된 딸과 함께 선거에 나섰다”며 골목길에서부터 딸이 타고 있는 유모차의 가림막이 잘 닫혀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야 투표소로 들어갔다.
하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함께하는 첫 투표인데, 같이 나오는 게 맞는지 잠깐 고민하긴 했다”면서도 “따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투표는 해야 하는 거니까 꽁꽁 싸매고서라도 조심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 투표는 했지만 국회의원 수 줄였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투표장 바깥에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남구 무거동 옥산초등학교에 마련된 무거동 제6투표소 앞에서 만난 50대 시민은 피곤한 표정으로 “야간교대근무를 마치고 투표소에 들렸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사실 이번에 출마한 후보 중에 찍고 싶은 사람이 없어 투표를 안 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국민으로서 해야할 것 같아서 투표를 했지만, 정치권에 실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도 어렵고 국민들도 힘든데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여 세금이나 아꼈으면 좋겠는데 기자양반은 어떻게 생각하냐”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 사회적 거리두기로 길어진 투표 줄에 화내는 시민도
이날 오전 6시 20분께북 구 송정동 제7투표소 고헌초등학교에서는 한 남성이 발열체크와 거리두기를 외치는 선거도우미에게 “새벽날씨에 추워죽겠는데 사람들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냐”면서 “빨리빨리 좀 앞으로 보내달라”고 성질을 부렸다. 선거를 끝낸 이 남성은 비닐장갑을 던지고 문 밖으로 나섰다.
또 남구 신정2동 제5투표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온 어르신이 긴 줄을 찾아 밖으로 나오면서 “줄이 이렇게나 긴데, 두줄로 투표소를 마련해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반면 20세 아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김선아(48·여)씨는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열을 잰 뒤 투표를 행사하는 게 귀찮을 수는 있지만 모두 안심하고 소중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비례정당 투표지가 길긴 했지만, 미리 마음을 정하고 와서 혼란스럽지 않게 잘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 끝내고 공원·바다·카페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울산시 보건당국이 투표 후 모임이나 나들이를 자제해달라고 외쳤지만 선거를 끝낸 시민 상당수의 나들이를 막지는 못했다.
이날 점심 무렵 북구 정자해변에는 텐트를 치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연출됐고 텐트를 가져오지 못한 시민들은 돗자리 등을 깔고 앉아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겼다.
투표를 마치고 바다를 찾았다는 권수진(37·여)씨는 “아침 일찍 선거를 마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바다를 찾았다”면서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바다가 넓고 트여있어서 안전한 것 같아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주전몽돌해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해변에 세워진 텐트는 여름 휴가철을 연상시킬 정도로 북적였으며, 사전투표를 하고 친구끼리 바다를 방문해 고기를 구워먹는 이들도 포착됐다.
김유진(26·여)씨는 “서로 각 주소지에서 투표를 하고 만나서 바다로 놀러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의 울산 선거인수는 95만3,648명이다. 이날 낮 12시 40분 현재 19만3,774명이 투표해 20.3%의 투표율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