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울산 남구 신정중학교에 마련된 옥동 제3 투표소에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이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우성만 기자  
 
   
 
  ▲ 15일 울산 신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남구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15일 울산지역 284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 발길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에 맞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수십미터 가량 줄을 서기도 했지만, 대부분 투표소에는 큰 혼잡 없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코로나19 우려로 투표장을 찾아온 유권자에게 발열 체크와 마스크·비닐장갑 착용은 필수가 됐고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학생 유권자들의 발걸음도 간간이 이어졌다.

투표가 끝낸 사람중에는 방역당국의 모임이나 나들이 자제 호소에도 공원이나 바다, 카페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른 시간부터 대기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중구 다운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명정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새벽에 볼일이 있어서 나섰다가 사람 없을 때 투표를 해야겠다 싶어서 찾았는데, 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중구 약사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무룡초등학교에는 장사 준비를 위해 일찍 나섰다는 어르신 2명이 투표 시작 10여분 전부터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다.

남구 달동 제6투표소가 설치된 청솔초등학교에는 오전 8시께 유권자 30여명 길게 줄지어 50m 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꽁꽁 싸맨 유모차… “투표는 해야죠”

코로나19 우려 탓인지 선거 때마다 눈길을 끌던 가족단위 유권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짧은 거리에도 자가용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고 차량 안에 아이들을 둔 채 부부가 교대로 투표소를 다녀오기도 했다.

중구 약사동 제2투표소를 찾은 하동열(37)씨 부부는 어쩔 수 없이 19개월 된 딸과 함께 선거에 나섰다고 했다. 이들은 골목길에서부터 딸이 타고 있는 유모차의 가림막이 잘 닫혀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야 투표소로 들어갔다.

하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함께하는 첫 투표인데, 같이 나오는 게 맞는지 잠깐 고민하긴 했다”면서도 “따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투표는 해야 하는 거니까 꽁꽁 싸매고서라도 조심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새내기 유권자들은 가족들과 한표 행사

그럼에도 새내기 유권자들은 선거 경험이 있는 가족들과 함께 투표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20세 아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김선아(48·여)씨는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열을 잰 뒤 투표를 행사하는 게 귀찮을 수는 있지만 모두 안심하고 소중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비례정당 투표지가 길긴 했지만, 미리 마음을 정하고 와서 혼란스럽지 않게 잘 투표했다”고 말했다.

북구 송정동 제7투표소 고헌초등학교를 찾은 김정훈(50)씨 부자는 나란히 투표를 하고 웃으면서 투표장을 떠났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아들이 학교를 안가는 상황이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면서 “아들의 생애 첫 투표를 같이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 방역위한 비닐장갑에 아쉬움 남긴 투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는 탓에 권리행사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남구 신정2동 주민센터 3층 문화관람실에 마련된 신정2동 제1투표소에서 한 30대 남성은 투표소를 마치고 나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서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유권자는 “예전에는 그냥 휴일로 여기고 투표에 관심이 없었다가, 요즘은 경기도 어렵고 국민들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황이어서 투표에 의미를 부여하고 왔다”며 “그런데 도장이 완벽하게 찍히지 않은 것 같아서 무효처리가 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장갑이 미끌거려서 투표가 어려웠다” “소독도 했는데 꼭 껴야 하나” 등의 하소연을 하는등 비닐장갑을 끼고 진행하는 투표에 대해 한마디씩 남겼다.



#코로나 자가격리 대상 유권자 521명 중 184명 투표 참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유권자들도 어느 때보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울주군 범서 제13투표소인 무거초등학교에는 오후 5시 40분께부터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자가격리자들이 도착했다. 차례로 도착한 이들은 선거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투표소 밖 의자에 띄엄띄엄 앉아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자가격리자들에게 도착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오는 데 힘들지 않았느냐”며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오후 6시 2분께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모두 마무리되자 방호복 차림의 직원이 차례로 자가격리자 한명씩 투표소 안으로 안내했다. 별도로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용지를 봉투에 담아 직원에게 전달하면, 직원이 이를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투표함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투표를 신청한 자가격리자는 4명이었으나, 1명이 뒤늦게 투표를 포기하면서 3명만 참여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 유권자 521명 중 46.6%인 243명이 투표를 신청했으나, 실제 투표는 신청자의 75.7%인 184명만 참여했다.

이번 총선에는 투표소마다 체온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졌는데, 울주군에서 20대와 30대 유권자가 37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여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발열 이외 별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선별진료소 방문을 안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길어진 투표 줄에 화내는 시민도

이날 오전 6시 20분께북 구 송정동 제7투표소 고헌초등학교에서는 한 남성이 발열체크와 거리두기를 외치는 선거도우미에게 “새벽날씨에 추워죽겠는데 사람들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냐”면서 “빨리빨리 좀 앞으로 보내달라”고 성질을 부렸다. 선거를 끝낸 이 남성은 비닐장갑을 던지고 문 밖으로 나섰다.

또 남구 신정2동 제5투표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온 한 어르신은 긴 줄을 찾아 밖으로 나오면서 “줄이 이렇게나 긴데, 두줄로 투표소를 마련해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투표 끝내고 공원·바다·카페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울산시 보건당국이 투표 후 모임이나 나들이를 자제해달라고 외쳤지만 선거를 끝낸 시민 상당수는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날 점심 무렵 북구 정자해수욕장에는 텐트를 치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연출됐도 텐트를 가져오지 못한 시민들은 돗자리 등을 깔고 앉아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겼다.

투표를 마치고 바다를 찾았다는 권수진(37·여)씨는 “아침 일찍 선거를 마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바다를 찾았다”면서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바다가 넓고 트여있어서 안전한 것 같아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주전몽돌해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해변에 쳐진 텐트는 여름 휴가철을 연상시킬 정도로 북적였으며, 사전투표를 다하고 친구끼리 바다를 방문해 고기를 구워먹는 이들도 포착됐다.

김유진(26·여)씨는 “서로 각 주소지에서 투표를 하고 만나서 바다로 놀러왔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울산 위해 열심히 일해주길

생애 첫 투표에 나선 유권자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울주군 범서읍 제7투표소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민진(20·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해 이번에 인생 첫 투표를 하게 됐는데 조금 설레기도 하고, 진짜 성인이 된 기분이다”면서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후보자가 당선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첫 투표를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이 울산과 울주군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는 했지만 국회의원 수 줄였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투표장 바깥에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남구 무거동 옥산초등학교에 마련된 무거동 제6투표소 앞에서 만난 50대 시민은 피곤한 표정으로 “야간교대근무를 마치고 투표소에 들렸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사실 이번에 출마한 후보 중에 찍고 싶은 사람이 없어 투표를 안 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국민으로서 해야할 것 같아서 투표를 했지만, 정치권에 실망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경제도 어렵고 국민들도 힘든데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여 세금이나 아꼈으면 좋겠는데 기자양반은 어떻게 생각하냐”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