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굶고 누워있던 흥부가 박속으로라도 허기를 채우고자 박을 타는데 쌀이 쏟아져 나온다. 나오는 족족 밥을 지어 남산만하게 밥산을 만들어 놓고 아들들을 불러댄다. 아들놈들이 우루루 달려나와 밥산에 틀어박혀 밥을 먹어대는 데 형태는 보이지 않고 바람에 날리는 이팝나무 처럼 밥산이 요동치고 있었다.

판소리 ‘흥부전’의 한 장면이다. 오뉴월이 되면 이팝나무에는 하얀꽃이 만발해 마치 밥을 지어 들판에 쌓아 놓은 모습이다. 밥을 이팝나무에 비유한데는 그 꽃이 쌀밥처럼 희다 해서 뿐 아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바로이 쌀밥을 둔 한국인의 비원(悲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내건 인민 생활지표가 ‘이 탑에 쇠고기국’이었듯이 쌀 밥을 이밥→이팝이라 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여든 여덞번의 손이 가야 만들어지는 소중한 쌀(米)로 지어지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소중한 합작품’이라고도 한다. ‘밥맛 좋은 벼’ 농사의 비법은 수확전 논물 조절과 수확 후 보관, 온도관리에 달려 있다. 수확을 위한 관리와 밥맛 좋은 쌀을 수확하기 위한 일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는 손마디 굵은 농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연일 4·15 총선 당선자들의 새로운 포부가 들린다. 북구 이상헌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울산의 유일한 여당 당선자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당선자인터뷰에서 “국회 정상화 노력을 통해 ‘일하는 국회, 밥 값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 했다.

이번 총선은 싸움만 하는 고비용, 저효율 국회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민의의 전당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민주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한 ‘일하는 국회법’은 국회의 공전 사태를 방지해 놀고 먹는 국회라는 오명을 씻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보다 국정안정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멍석을 민주당에 깔아줬다. 이상헌 의원의 다짐처럼 21대 국회의사당에선 모처럼 ‘밥 값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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