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식량 등 좋은 뜻으로 수입한 생물
방임·유기되며 생태계 위협하는 존재로
반려가족에 대한 책임의식 더 강조돼야

윤 석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주무관

“미국가재, 리버쿠터, 중국줄무늬거북과 붉은귀거북속 전종”은 애완으로 키우는 생물들인데 환경부지정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7월 25일. 미국가재가 지정되고 이어서 지난 3월 30일, 중국줄무늬거북, 리버쿠터(미니거북)와 붉은귀거북속 종 모두가 생태계교란종이 됐다. 이종들은 국립생태원 생태계위해성 평가에서 1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우리 생태계 내 악동이 되어 버렸다. 애완생물보호자역할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벌어진 사태다.

거북종류인 리버쿠터와 중국줄무늬목거북은 붉은귀거북을 대체하기 위해 들여와서 애완동물로 사육하다가 하천이나 생태공원 등에 방생되거나 버려짐으로써 서식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수명은 길고 생존능력이 좋다 보니 남생이나 자라들과 경쟁에서도 이기고 있다. 특히 중국줄무늬목거북은 멸종위기야생종 2급인 남생이와 교잡종이 만들어진다니 충격이다. 새로운 종이 나타날 수 있음이다. 새로운 녀석이 어떤 더 나쁜 역할을 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7월 25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미국가재(붉은가재)가 있다. 토종가재는 돌 틈에 사는 데 반해 미국가재는 습지나 하천 하류 개흙(펄) 속에 굴을 파고 산다. 한번에 100∼500개 알을 낳고 번식주기도 빨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패스트’라는 곰팡이 균을 갖고 있어 야생생물 감염병 우려도 있다. 미국가재는 유럽에서도 위해성1급 생태계교란종이다.

이에 반해 1998년 최초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황소개구리와 파랑볼우럭, 큰입배스는 하천으로 들어온 사유가 달랐다. 슈퍼개구리라 불리면서 포장마차 술안주로 등장했던 황소개구리는 1957년 도입했다가 실패하고 1971년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대체식량자원으로 키웠는데 토종개구리와 달리 울음소리도 황소소리가 나고 너무 크다보니 잘 팔리지 않자, 하천으로 방류해 잡아먹도록 했다. 그런데 하천으로 나온 황소개구리는 뱀과 새까지 잡아먹었다. 생태사슬을 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수두꺼비는 황소개구리를 암컷으로 포접(抱接)해 질식시켜 천적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한편 저수지가 매립 개발되고 새들도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개체 수가 줄어 보기도 울음소리를 듣기도 귀해지고 있다.

파랑볼우럭(블루길)은 월남붕어로 불렸다. 1969년, 510마리를 들여와 키웠으나 뼈가 억세고 맛이 없자 식량자원으로 풀었다고 한다. 잡식성이였으나 육식성으로 변해버렸다. 붕어, 잉어 알이나 어린 물고기까지 잡아먹어 치운다. 큰입배스는 농어와 유사하다. 식량자원을 위해 1973년 수산부서에서 수입했다. 살이 두툼해 식량자원으로 팔당호에 풀어주면서 하천으로 들어 왔다. 입이 크고 천적이 없어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있지만 당할 자가 없다. 큰입배스를 보면 미국에 들어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물치가 생각난다. ‘프랑켄피쉬', ‘피쉬질라' ‘스네이크헤드'처럼 공포와 위협적인 별칭 모두가 가물치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 초반 관상용으로 가져갔다가 호수에 유출되면서 전역으로 번졌다. 뭍에서도 호흡하고 살아가는 가물치를 보면서 생명력에 놀라 이를 풍자한 영화(프랑켄피쉬)까지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수입해와 키웠을 것이다. 책임 못 질 상황(이유)이 생기자, 하천이나 호소에 방임, 유기를 하면서도 죄책감을 못 느낄 정도로 손쉽게 사고파는 세상이 돼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팔려온 생물은 살기위해 악착같이 노력하고 천적이 없으니 약한 개체를 잡아먹게 된다. 고요한 연못에 일어난 파장으로 집도 잃고 대도 끊어지게 된다. 그 피해는 인간이 감당할 몫이다. 애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나 내다 버리는 짓도 사람들이 결정 실행했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수입금지 종(1속 153종)을 정하고 수입자체를 막아보겠다고 한다.

지금 기르는 종들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고 길러야 한다. 나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휘저어 놓은 생태계를 후손들이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려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이 더 강조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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