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자전거 길 협소한 대부분의 ‘길’
소리없이 자동차 이용 ‘넛지’ 하고 있어
미래 위한 ‘울산형 자전거 인프라’ 필요

이상화
독일 막데부르크 환경심리학과 석사과정

 

올해로 독일 생활 8년차. 유학생활의 시작부터 나의 주요 교통수단은 늘 자전거였다. 특히 어디든 자전거 타기에 불편함이 없는 독일의 자전거 교통체계는 자전거 하나로 온 동네를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을 줬다. 그러던 중 석사과정 실습 차 오랜만에 찾은 한국. 간만의 방문이라 반갑고 설렌 한국이었지만, 마음 한쪽 편에 뭔가 답답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유가 어찌됐든 나는 오늘도 실습을 위해 출근길에 나선다.

처음 집 앞을 나서면 밟는 아스팔트,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울퉁불퉁한 좁은 인도가 나온다. 선심 쓰듯 “여기라도 걸으세요” 라는 듯한 이 인도를 따라 조금 더 걷다보면 나오는 큰 길가엔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된 보도라는 것이 나를 반긴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자전거 길로 나눠져 있었고, 이 자전거 길은 다시 가로수와 쓰레기봉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었다.

울산에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승차권을 이용하던 예나 지금이나 참 변한게 없다. 그런 추억의 버스를 타고 나는 간만에 울산의 경치를 만끽한다. 새로 생긴 다양한 자동차 도로, 신축건물들, 그리고 그 앞 대형 주차장 등 참 많이도 발전했다. 어느덧 버스가 태화강을 건넌다. 수려한 강변엔 아주 세련된 자전거 길이 보인다. 그 길은 마치 독일에도 한창인 자전거 고속도로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즐거운 여정의 끝으로 나는 남구의 어느 한 정류장에 도착한다. 독일에서 늘 그랬듯 자전거 길을 조심하며 걷던 나는 자전거 없는 잘 닦인 자전거 길을 보고서야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 답답함이 무엇때문인지 깨닫는다. 그건 다름아닌 내가 지금껏 지나쳐온 바로 그 ‘길’들이었다. 집 앞 아스팔트부터 모든 길들은 마치 자동차를 위해 존재하는듯 했다. 보도는 갈라져 협소한 인도와 자전거 길이 됐고, 건물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 길은 사고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었으며, 여러색으로 통일성 잃어버린 채, 종종 방해요소들로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소리없이 자동차이용을 ‘넛지’(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개입)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나는 독일에서 누렸던 자전거로의 자유를 박탈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물질적 풍요는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줬지만, 결국 이 풍요로운 소비생활로 인해 환경 및 기후문제가 생겨났다. 현재 이 문제들은 우리에게 “과연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고 있으며, 교통분야 역시 이에 해당한다. 교통은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원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천연가스버스, 전기자동차 등 많은 대체교통수단들이 나오고 있지만, 보급률이나, 인프라구축 문제에 있어 아직은 이르다. 이 또한 결국 화석연료의 이용이라는 한계를 지니고있다.

하지만 자전거는 어떠한가? 자전거는 당장 실현 가능한, 오로지 인간의 에너지만 이용되는 진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독일은 자전거 교통체계 이외 보도 위 자전거거치대, 대중교통수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 공간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자전거에 탈부착 가능한 수납가방, 유모차, 트럭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옵션들이 존재하고, 도시 내 자전거 쉐어링, 중고자전거가게, 관련물품사업 등 자전거 시장 또한 활발하다.
공업도시에서 친환경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광역도시 울산. 강변의 자전거 길에 자전거 고속도로의 개념을 도입하여 울산의 모든 자전거 길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울산형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는건 어떨까?

구체적 실현방안으로 첫째, 강변 자전거 고속도로를 기점으로 해 울산 도시전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전거 길을 신설 및 개보수해 이동의 편리성을 증진시키고, 둘째, 혼란 및 사고 방지를 위해 모든 자전거 길의 색과 노선의 위치를 통일 시키며, 셋째, 도시 내 다양한 자전거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마지막으로 체계화된 자전거 교통시스템을 위한 자전거 표지판, 자전거 신호등, 자전거 횡단보도 및 자전거 지도(앱 개발) 등을 설치하자. 도시가 시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이용,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이용을 넛지 한다면 울산환경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울산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공업도시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도시로 탈바꿈한 국제적인 롤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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