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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시론] ‘돕는 행동’으로 보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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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운기 UNIST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6.2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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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 것이 올바른 것=친사회적 동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계산적 동기

도움을 주려거든 기꺼이 그냥 주어라

홍운기UNIST경영학부 교수

최근에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동료는 누구인가? 내가 가장 많이 도운 동료는 누구인가? 

우리는 직장에서 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 회사 업무라는 것이 다채롭고 새로운 것들이 생기다보니, 직무기술서에 적혀있는 것만 수행한다면 회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직무 범위 안에서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것을 ‘돕는 행동’이라고 하지 않는다. ‘돕는 행동’이란 직무에는 명시돼있지 않지만 동료들의 필요와 요청에 의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선뜻 제공해주는 행위이다. 기계적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의 업무에서 ‘돕는 행동’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돕는 행동’에 관해 울산지역 A회사를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직원들은 동료들과 얼마나 도움을 주고받는지 서로를 평가했다. 설문 결과 도움을 주는 사람은 도움 받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도움 받은 사람은 이를 되갚아주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너무 당연한 결과다. 이는 사회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따르고 있는 ‘상호호혜성’이라는 도덕적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설문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더욱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상호호혜 원칙이 언제나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동료들은 자신이 받은 도움보다 더 많이 되갚아주려 하고, 어떤 동료들은 도움을 받았지만 덜 도와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도움 주는 자의 ‘동기’ 때문이었다. 돕는 동기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돕는 것이 ‘올바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친사회적 동기라고 한다. 그저 돕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돕는 사람들이 있다. 둘째, 돕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계산적’ 동기라고 한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향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돕는 것이다. 언뜻 계산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직장생활의 줄타기도 잘하고 처세가 뛰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도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예전에 중견 유통업 대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머리를 쓰는 기업 보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고객이 훨씬 똑똑하다고 충고했다. 제품에 진심을 담지 않으면 고객들은 단번에 알아본다는 것이다. ‘아, 이 회사가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구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동료들이 돕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A회사의 설문 결과, ‘계산적 동기’로 돕는 직원은 미래에 자신이 응당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적’ 동료에게 도움을 받은 직원은 이를 되갚으려는 마음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계산적 동기를 가진 직원들은 동료들이 나를 도울 것이라 과대평가 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도움을 요청했을 때에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마치 ‘신기루’ 위에 성을 쌓아 놓은 것과 같다. 반대로,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돕는 것 자체가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할 때에, 동료들은 더 감사하고 이를 되갚으려는 성향이 높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많다. 가령, 선풍기 옆에 있을 때에는 ‘선풍기를 켜줄래’라든지, 자동차 열쇠를 찾아달라든지. 심부름을 시키면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필자를 보며 묻는다. ‘내가 심부름을 하면 나한테 뭐가 좋은데?’, ‘대신 뭐 해줄 거야?’ 그렇게 묻는 아들을 보며 필자는 말한다. ‘하기 싫음 하지마!’ 그냥 심부름을 해주면 더 고마워할 텐데, 어련히 알아서 보답을 해줄 텐데 말이다. 아들에게 기업으로부터 설문 분석한 ‘친사회적 동기’와 ‘계산적 동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야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설명하려니 쉽지 않다. 물론 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움을 주려거든 기꺼이 그냥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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