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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확 찐자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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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자 수필가
  • 승인 2020.07.0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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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자 수필가  
 

 

면역에 좋다는 요리와 반주 자주 곁들인 결과 몸에 살 올라
한달 가까이 걷는 운동 했지만 살 빠지기 커녕 식욕만 늘어
다이어트 한 지 두달 됐지만 거울 속 모습은 여전히 확 찐자 

 

‘확진자는 격리되어 밖으로 못 나오고 확 찐자는 부끄러워서 못 나온다.’ 는 말이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말이다. ‘확진자’와 ‘확 찐자’가 여기저기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나도 ‘확 찐자’ 진단을 받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적었다. 텔레비전에선 면역에 좋다는 음식이 수시로 나왔고, 나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핑계로 좋다는 음식을 만들어 양껏 먹었다. 그뿐 아니라 저녁 밥상 앞에선 남편과 ‘인생 뭐 있나 맛난 음식 실컷 먹으며 즐겁게 사는 게 최고다’며 술도 자주 마셨다. 면역에 좋다는 요리를 만들어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반주도 자주 곁들었으니 몸에 살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하필 내가 좋아하는 산나물까지 지천이던 때였다. 일월산에서 직접 뜯은 나물 향은 입맛을 돋우었다. 먼저 향을 즐기기 위해 생으로 삼겹살을 구워 쌈을 싸 먹었다. 산나물 비빔밥에 전은 몇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새로운 요리가 없을까 궁리하다 만든 산나물 잡채는 내 영혼을 팔아서도 사 먹을 만큼 맛있었다. 두릅 튀김은 향긋하면서 바삭한 맛이 살아있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음식이 맛있을수록 칼로리도 높아지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려고 소파에 누웠는데 뱃살이 처지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걱정되어 벌떡 일어나 외출 바지를 입어보았다. 지퍼를 겨우 올렸지만,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며 책상 밑에 숨겨두었던 체중계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올라섰다.

‘확진자’ 보다 무섭다는 ‘확 찐자’ 판정을 수치로 확인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근에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이 얼굴이 좋다며 했던 말이 살이 올랐다는 말이었던 모양이었다. 건강 검진 받을 때마다 과체중의 경계선에 있어 살을 빼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빼기는커녕 ‘확 찐자’가 되었으니, 건강을 생각해서 했던 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 것 같았다.

나잇살과 보태져 이제는 비만이란 생각에 무슨 수를 써서도 빼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걷기였다. 아침과 저녁에 한 시간씩 걸었다. 마침 밖에는 꽃이 만발했다. 꽃길을 걷는 일은 즐거웠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할수록 식욕은 더 당겼다. 적당히 땀 흘리고 집에 들어오는 길 아파트 입구에 하필 호프집이 있어 그 앞을 참고 지나쳐 오는 일은 괴로움 자체였다. 시원한 생맥주에 금방 튀겨낸 치킨이 그려진 그림을 외면하기 힘들어 가끔 치맥의 유혹에 못 이겨 호프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달 가까이 걷는 운동을 했지만, 체중계의 숫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식욕만 더 왕성해졌다. 나이가 들면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더니만 딱 맞는 말이었다. 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어야 한다는데 조금 걷는다고 먹을 건 다 먹었으니 살이 빠질 리 만무했다.
식단조절이 필요했다. 확 찐자 탈출을 위해서는 죽지 않을 만큼 먹어야 했다. 아침과 저녁은 생식이나 우유로 간단하게 마시고, 점심만 조금 먹는 것으로 정해놓고 운동의 강도도 높였다. 여우같이 되려면 돼지같이 땀 흘리라 했지 않는가. 땀은 지방이 흘리는 눈물이라고도 했다. 주말에는 가까운 산에 오르고 평일에도 운동량을 평상시 두 배로 늘렸다. 그렇게 며칠을 지냈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시들해졌다. 먹는 즐거움이 없으니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삶은 시들해지는데 체중계 숫자까지 쉽게 변하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점심도 적당히 먹어야 했는데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지 했던 결과인 것 같았다. 부족한 듯 먹으면 허기가 지고 현기증까지 이는 것 같아 포만을 느낄 정도로 먹었더니 그것이 문제였다. ‘이 정도는 먹어도 될 것이다’라는 합리화로 자신에게 관대했다. 살을 깎는 아픔도 뼈를 깎는 아픔만큼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탈출을 시도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은 여전히 확 찐자다. 식욕은 왕성해지고 운동은 지쳤는데 거실에 켜 논 TV에서는 홈쇼핑이 한창이다. 굶지 말고 하루에 한 알만 약을 먹으면 쉽게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며 빨리 자동전화로 주문하란다. 단 한 번 만 할인을 해준다며 나를 자극한다. 전화기를 손에 들고 TV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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