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태풍 ‘차바’로 인명·재산피해를 입은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법정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지 2년 만에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울산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용두)는 15일 오전 504호 법정에서 열린 반천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울산시와 울주군,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반천현대아파트 주민 1명이 숨졌으며, 차량 600여대가 물에 잠기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해 반천현대아파트 수해영향 분석용역을 벌였고, 인근 대암댐의 비상여수로 가동이 침수 피해의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상여수로는 홍수로 인해 기존 수로가 감당하지 못하고 댐 물이 넘쳐나는 등 비상 상황 때 물을 방류해 댐 수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수로다.
이 용역 결과를 근거로 아파트 주민 426명은 2018년 10월 17억7,695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울산시와 울주군이 반천천 수로 암거 등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대암댐의 안정성 미흡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관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민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침수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침수피해의 주된 원인이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강우량이라고 판단했다. 2016년 10월 5일 오전 1시부터 오후 2시까지 13시간 동안 266㎜의 비가 내렸고, 이 가운데 오전 10시 10분부터 오전 11시 10분까지 1시간 동안 최대 강우량이 104.2㎜가 집중됐다.
대암댐의 비상여수로에 대해서도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국방재안전학회와 한국수자원학회 보고서에 의하면 대암댐에 비상여수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 결과 대암댐의 기존 여유고 1.64m를 훨씬 초과해 여유고가 0.96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암댐 유역에 내린 비는 1시간 강수량으로 볼 때 200년 빈도를 훨씬 넘어서는 강우량이지만, 추가 건설된 비상여수로로 인해 댐의 안전에 문제가 없이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태화강 상류부의 유량이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수위상승을 유발해 사건 침수에 일부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그로 인한 손해를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한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주민 회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판결로 태풍 ‘차바’로 빚어진 울산지역 침수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1차전이 마무리됐다. 가장 큰 피해지역으로 꼽힌 중구 태화·우정시장과 반천현대아파트의 사법부 판단은 엇갈렸다. 중구 태화·우정시장에 대해서는 혁신도시에 LH가 설치한 우수저류조(빗물 저장시설)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피해가 커진 점을 인정하며 ‘인재(人災)’라 판단한 반면, 반천현대아파트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못한 물 폭탄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판단했다.
중구 태화·우정시장 손해배상 소송은 현재 양측이 1심 판결(LH에 대해서만 20% 책임)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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