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의 세계까지도 숫자로 나타내려 한다. 이젠 인간의 기능까지도 ‘IQ’라는 숫자로 측정해 낸다.
독일 황제 카롤 4세는 자기 이름에 숫자 4가 있다고 철저하게 4자로만 살았다. 그는 하루에 네번의 식사를 하고 네번째 방에서 거쳐했으며 그곳엔 네개의 탁자, 네개의 샹들리에가 있었다.
그의 왕관에는 네개의 뿔이 있었고, 의복의 색깔은 모두 4색, 네나라의 말을 하고, 네번 결혼하였다. 그가 타고 다니는 마차는 네마리의 말이 끌었고, 식사는 언제나 네번의 코스요리로 먹고 네가지의 술이 항상 준비돼있었다. 국토는 네블록으로 나누고 4개 사단의 군대를 두었고, 또 네명의 공작, 네명의 백작, 네명의 장군, 네명의 함장을 임명하고 네명의 집정관으로 통치했다.
그는 네곳의 수도(首都)에서 번갈아 살다가 1378년 11월 29일 오전 4시4분 네사람의 시의(侍醫)의 간호를 받으며 네번 ‘잘 있거라’를 되뇌고 숨을 거두었다.
정부가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면서 “15~17일 사흘간 연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3일인데 4일이라니 오보” “15~17일이 사흘이냐? 나라 잘 돌아간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사흘과 관련한 해프닝이 온라인을 달궜다.
사흘을 한자로 착각한 것이다. ‘이틀’의 ‘이’를 ‘2’로 아는 사람이 적잖다는 얘기다. 신세대들의 한국어 숫자표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 둘, 셋’같은 순 우리말 단어와 ‘일, 이, 삼’같은 한자어 수를 함께 익혀야 하는 한국어 특유의 ‘이중구조’ 때문이다.
시계를 읽을 때 10시 10분은 ‘열시 십분’으로 읽어야 한다. ‘열시 열분’이나 ‘십시 십분’으로 읽으면 안된다. 아이들이 숫자를 배울 때 숫자가 커지면 난이도는 올라간다. 한자어 수 읽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일부터 십까지만 익히면 이후엔 이십, 삼십, 사십으로 일정한 규칙이 보인다. 반면 순 우리말은 ‘열, 스물, 서른, 마흔…’으로 규칙성이 없으니 외워야 한다. 사흘의 ‘사’를 보고 숫자 4를 떠올려서 ‘사흘=4일’로 잘못 알았다니 순 우리말 숫자 표현의 위기다. ‘이틀’을 ‘2틀’로 쓴다니 큰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