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립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 주민들이 새 보금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와 울주군 등에 따르면 신리마을 이주 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됐다. 총 221세대가 신청해 심사를 거쳐 196세대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 25세대는 부적격자로 대상자에서는 제외됐다.

이제 남은 관문은 ‘이주지’다. 이들이 다시 마을을 꾸리고 살 수 있도록 택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새울본부와 주민들의 이견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주민들도 세 분류로 나눠지면서 저마다 원하는 지역이 다른 상황.

90여명으로 가장 많은 주민이 있는 A단체는 솔개마을 인근 부지를 희망하고 있다. 해안가인데다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고른 곳이다. 문제는 자연녹지인 이곳의 용도변경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울산시 조례에 따르면 임목축적률이 50% 이하일 때 용도변경이 가능하지만, 조사 결과 기준의 두배 이상인 102%로 나타났다.

새울본부 측은 “개발행위를 하려면 용도변경이 가능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희망하는 부지는 불가능하다”면서 “울산시가 용도변경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주 택지를 조성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A단체 대표는 “한수원이 주민들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주택지를 조성해놓고 사업을 추진했어야 하는 것을 2년 동안 방치했다”면서 “살던 곳을 떠나는 주민들을 위해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단체는 최근 울주군을 찾아 ‘중재’를 요구하기도 했다.

10여명이 속해 있는 B단체는 에너지융합 일반산단 인근 부지를 점찍었는데, 새울본부 측도 해당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주지 선정보다 주택건축비 등 보상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40여명의 주민들이 모인 C단체 대표는 “이주지는 이곳저곳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보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면서 “한수원이 주택건축비 등 지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신리마을 주민이주사업은 울주군이 위탁받아 수행하다 지난해 5월 17일부터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맡고 있다. 울주군이 업무를 수행할 당시 열린 보상협의회에서 이주 세대당 주택건축비 1억3,000만원, 마을 수익사업을 위한 생계대책비 6,700만원 등 1억9,700만원 상당을 보상하는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이미 토지와 지장물 등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이뤄졌기 때문에 새울본부 측의 직접 지원이 어려운 만큼 울주군이 이를 보상하면 새울본부가 특별지원금 등 명목으로 울주군에 보전해주기로 했다.

새울본부 측은 이 협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주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뗀 울주군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세입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 유사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울본부 측의 요청에 따라 열리는 보상협의회는 지난해 7월을 마지막으로 1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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