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小說家)라는 말의 역사는 2,500년이 넘는다. 중국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에 제자 백가를 대표하는 가(家)를 압축하면 구류십가(九流十家)를 들 수 있다. 당시 유가(儒家), 도가(道家), 법가(法家) 등 10가 중에 21세기 까지 간판을 유지해 온 가(家)는 소설가 뿐이다.  이 세상에 2,500년 된 집안(家)은 흔치 않다.

당시 소설가는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나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 등을 이야기로 엮는 일을 해 먹고 살았다.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 즉 도청지설(塗聽之說)을 문자로 기록한 것은 3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직업이다. 둘째는 재미를 제공한다. 사람세상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셋째는 정보였다. 이야기가 정보이고, 소문이 정보였다. 이처럼 소설의 본래 역할은 여론, 재미, 정보(교양) 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해 질의하자 “소설을 쓰시네”,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조차 거부해 법사위가 한때 정회됐다.

국내소설가 1,350여명이 회원인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김호운)는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에 대해 “한나라 법무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했다”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현대 소설은 ‘허구(虛構, fiction)의 이야기를 사실적(寫實的, reality)으로 쓴 산문체의 문학’ 이다. 실제 사건(nonfiction)을 옮겨 쓴게 아니다. 지어낸 이야기를 마치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하게 창작(fiction)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말은 ‘허구’다.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거짓말은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속이는 걸 말한다. 허구는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그런 사실을 미리 알리고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거짓으로 꾸며 말하는 것을 “소설 쓰시네”라고 하면 소설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소설 문학을 폄훼하고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 밟는 행위와 다름 없다”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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