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예술가 A씨가 간절곶공원에서 용역 직원에게 행패를 당하고 있는 장면. 독자제공  
 

울산 간절곶공원을 찾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예술 공연이 행정당국의 관리소홀로 인해 강제로 해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용역을 맡은 공원 관리소 측의 직원이 다수의 어린이 관객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사전 설명 없이 집기를 발로 차는 등 폭력적인 행태를 보여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4시께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공원에서 2020 울주군 거리예술가로 선정된 A씨가 넌버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재미난 몸짓을 반복하는 A씨의 모습에 아이를 동반한 다수의 가족 방문객을 비롯한 수십 명이 공연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고, 모자를 쓴 한 남성이 막무가내로 무대에 올라 A씨를 향해 “가!”라고 소리치며 무대 도구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A씨는 울주군의 허가로 공연을 하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거리예술가 배너를 가리켰지만 이 남성은 배너를 거침없이 발로 차 넘어트렸다.

순간 관람객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공연을 감상하던 어린이들까지 이 난폭한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A씨는 잠시 당황한 듯 했으나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A씨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저는 울주군청에서 공개 모집한 거리예술가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울산지역 거리에서 정식 허가를 받고 공연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공연은 어려울 것 같다”며 모자를 벗고 관객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건냈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관람객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A씨와 B씨가 공연 권한을 두고 냉담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이 B씨를 향해 “아이들도 지켜보고 있는데 아무런 상황설명 없이 공연에 난입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발로 물건을 차는 등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도 되느냐”, “공원에 이런 볼거리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B씨가 코로나를 이유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소속이 어디냐”는 관람객 질문에 B씨는 “공원 관리소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B씨를 조사한 결과, 공원 관리소장이 아닌 울주군청에서 노점상 단속 업무 등을 위탁한 용역업체의 직원으로 확인됐다. 노점상 단속 직원이 공원 소장을 사칭하며 군청 허가를 받고 공연하던 거리예술가의 무대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후 A씨는 자신의 SNS에 현장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이미 상황은 끝났다. 나에게 돌아온 건 무성의한 사과 한마디뿐이었다”, “다시는 간절곶에 갈 일이 없을 듯하다”는 심경을 남겼다.

울주군 홈페이지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람객들과 SNS를 통해 상황을 접한 주민들이 “관리소장을 사칭한 B씨를 처벌해 달라”는 등의 민원이 쏟아졌다. 또 당시 상황에 대한 울주군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울주군은 “우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자료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이어 “문제를 일으킨 B씨는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 둔 상태이며, 해당 업체에 대해서도 계약서상 안전관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계약 해지와 함께 해당 당사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향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용역업체에 대한 실태조사와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군청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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