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한국 대학 서열체제 병폐…기득권 방어·계급 고착화 기여
코로나19, 비대면 강의 확대 대학 시스템 붕괴 일조할 것
교육 개방·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성 등 변혁에 힘써야

 

‘코로나19, 대학은 한 게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게시됐다. “우리는 대학이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교육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등록금 감면 요구도 나오고.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주기도 했으나 대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매우 드물다.

대학 공간의 협소함, 대형 강의 범람과 암기식 교육에 의존하는 교수들의 상투적 강의, 행정의 중앙 집중화와 관료주의,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적 관계, 부족한 대학교원 수의 불만에서 시작해,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현실주의자가 되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고 외치던 프랑스 68혁명과 같은 대학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학생이나 교수, 혹은 시민에게서 나오지 못했다.

1968년 5월 대학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대학은 어떠한 정치 권력으로부터도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2. 대학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이의 제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3. 각각의 고등교육기관 내부 규정은 이러한 원칙과 소수자의 존재 및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4. 현 사회에서 미래사회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 대한 등록금은 면제되어야 한다. 5. 교육은 어떠한 선별 없이 모두에게 효과적이고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6. 고등교육기관은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교수와 학생 대표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7. 국가로부터 교육에 제공되는 공적자금의 규모는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중장기적 사회경제적 계획 속에서 표출되는 국민 전체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8. 완전한 자율은 교수와 학생의 대학 기능에 관한 모든 결정권한을 박탈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을 무력화할 현실적인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9. 학생과 교수는 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주기적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10. 대학은 사회문화의 근거지가 되어야 한다. 11. 현행 시험과 경쟁을 폐지하고, 교육 전 기간에 걸쳐 학생의 학습 질에 대한 지속적 검사로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현재 68년 프랑스에서 외치던 대학개혁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한국의 대학은 현재 기득권의 방어와 계급의 고착화에 기여하고 있다. 대학은 위계화되고 학생들을 줄 세운다.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대학에 가지 못한 자보다 더 선택된 자가 되고 명문 대학에 간 학생은 다시 상부 계급으로 편입된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는 지났다. 교육이 계층상승에 기여하는 바가 극히 미미해졌다. 특목고와 명문대의 많은 부분이 부유층의 전유물로 되었다. 빈부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교육 불평등은 사회적 격차와 신분 차이를 고착화하고 있다. 대학은 권력과 지식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현재 대학 서열 체제는 “중등 교육을 황폐화하고, 대학 교육과 학문 경쟁력을 약화하며, 학벌주의를 재생산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교육비를 확대해 서민 생계를 압박하고, 지역 불균형을 재생산하는데도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바뀌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대학이 거듭나야 한다. 코로나 19는 대학과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비대면 강의 혹은 원격 강의의 확대 혹은 불가피성은 그간의 상아탑으로 군림하던 대학 시스템을 붕괴하게 할 것이다. 이제 대학은 모두에게 효과적이고 평등하게 개방되어 대졸, 고졸의 차별을 줄이고 계층상승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매우 낮다. 대학이 모두에게 개방되고 교육에 전폭적 재정 지원을 한다면 혁신과 성장을 위한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는 모든 중요한 교육 자원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교육 조직망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의 모든 곳에서 끊임없는 학습이 일어나 전체의 성장을 끌어내는 자발적 학습사회를 조직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코로나 19는 가칭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기존의 국립대학들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구성하고 일정한 수준이 되는 사립대학들을 준 국립화시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하는 방안에 대한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대학의 구성원도 이제 침묵을 깨고 백가쟁명 하여, 계층 고착화와 학생의 심리적 무능화, 학벌 사회, 입시로 인한 초중고 교육의 비정상화를 초래한 교육을 변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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